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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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아주 오랫동안 찔끔찔끔 읽었다그래서인지 리뷰를 쓰려고 하니 다른 책들과 섞이기도 하고 앞부분은 잊기도 해서 정확히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오래전 다녀온 여행을 어슴푸레 기억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그런데도 책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읽은 이유는 읽는 매 순간이 행복했기 때문이다여행의 그것과도 비슷하다결국 책을 사 두었다언제든 어디든 펴서 읽기 좋은 책이다혼자 있는 게 이렇게 좋아도 되나싶을 때 읽으면 위로가 된다.

 

  한때 작가의 책이 좋아 나오기를 기다려 읽다가 한동안 잊고 지냈다얼마 전 저자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그를 다시 떠올리고 이 책을 빌리게 된 것이었다여행과 사랑에 대한 그간의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 담겨 있다고 그가 말했기 때문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같은 게 있다면 멋진 사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본문 내용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여행지 혹은 일상의 파편들이다읽다 지칠 때마다 눈요깃거리와 페이지 터너 역할을 충실히 했다.

 

  사람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던 그는 이제 조금은 자기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리는 느낌이다허기진 사람처럼 여행을 하고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던 그는 혼자 있어도 꽉 차고때로는 여행도 지겹기도 한 나와 비슷한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 때문일까이 책이 그전 책들보다 더 좋았다.

 

  책을 읽다가 저자가 주인으로 있다는 카페를 발견하고지난주일 오후에 잠시 다녀왔다그동안 근처에 갔었지만 그 카페는 처음이었다이 책을 펴낸출판사 건물 1층에 있었다고즈넉한 그곳에는 널찍한 테이블 몇 개가 있었고사람은 별로 없었다아이스커피가 맛있었고잔잔한 재즈 음악이 책 읽기에 좋았다처음 들어갔을 때 한 테이블에 앉은 남녀 중 한 분이 나를 빤히 쳐다보기에 혹시 저분이 이병률 님인가하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찾아보았다닮은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했다어쨌든 저자가 숨 쉬는 장소에 나도 함께 있다는 야릇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7시도 안 되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다화장실 들르느라 올라가 보니 책이 많은 서재 같은 곳이 있고그 안에서 어떤 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느낌이 좋은 건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여행하는 것이 좋아졌다동행이 있으면 있는 대로 즐겁겠지만 혼자 다니면 있고 싶은 곳에 얼마든 있을 수 있고떠나고 싶으면 마음대로 떠날 수 있어 좋다많은 생각들을 쏟을 수 있고나 자신에게만 충실할 수 있는 것도 좋다저자도 혼자 여행하기를 권한다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면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기가 더 용이하다혼자가 혼자에게 혼자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 책의 조언들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일지도 모른다내가 느끼는 것을 독자가 느낀다는 건 저자로서는 무척이나 보람된 일이다그런 의미에서 책을 다 읽고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지만 작가에게는 좋은 독자일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cast/206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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