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오늘의 젊은 작가 33
김희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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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보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간 접한 오늘의 젊은 작가 책들은 조금은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시리즈이므로 이번 책에서도 무언가 색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초록색 표지에 표정을 잃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은 가히 엽기적이었다. 그림이 책 내용을 암시하는 듯했다.

  공식적으로 이 이야기는 2월 16일 화요일부터 2월 22일 월요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사건들은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들부터 현재까지 필요에 따라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극동리라는 마을에서 실종된 세 사람 사건을 취재하러 간 김영주 기자는 너무나 희한한 죽음을 목격한다. 죽은 노인이 그 마을에 들어온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반대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시체를 살펴본 김영주 기자는 W 시의 대표 언론사 최희육 기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잠시 이야기 속에서 사라진다. 김영주의 말을 들은 최 기자는 전직 경찰인 우광일을 떠올리고 그에게서 오래전 극동리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마을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뿐 아니라 영화 촬영장을 필두로 테마공원이 들어설 계획이 있었다. 현재 한참 촬영 중인 영화 '배틀 온 마스'의 황당한 사건과 실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마을 사람들이 온통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영화 촬영장은 그 배경인 화성이라는 설정처럼 황량하고 비현실적이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 보았던 영화 'Get Out'과 같은 감독의 영화 'Us'를 떠올렸다. 영혼과 육체는 하나일까, 나뉠 수 있을까?

  이 책을 휴일 하루 동안 쉼 없이 읽었다그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고뒤가 궁금했다다소 복잡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설이었다이 책을 좋아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작가가 현재 원주에서 약사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40대에 늦깎이 소설가가 된 그녀의 사연이 흥미로웠고약사 일도 소설가 일도 사람을 탐구한다는 것에 맥락을 같이 한다는 그녀의 인터뷰 기사에 공감이 갔다요즘 관심 있게 생각하는 신재생 에너지가 등장한 것도 좋았다태양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산 등성이의 나이 많은 나무들을 뽑아버리는 일들을 보며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마지막으로 이 책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책 속 세상에서 가능한 희한한 일들을 주인공도 언제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조마조마함이 책의 전반에 깔려 있다.


  이 마을 이야기를 접하며 요즘 신문을 연일 장식하는 암환자 많은 공장 마을이 떠오르기도 했다.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 점점 병에 걸리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설 내용과 관련 있진 않지만 외딴 시골 마을이 개발되는 과정을 보며 마음 아픈 그 기사들이 연상되었나 보다. 책을 읽다가 이 이야기가 혹시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러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따라가며 비춰주는 사건들이 스크린 속 장면들처럼 느껴졌다. 기발한 상상력을 품은 약사님의 소설 한 편 재미있게 읽었다. 이분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6466126


https://www.youtube.com/watch?v=Be5CGHGdQeA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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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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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제본으로 책을 받아 보기는 오랜만이다민음사에서 책을 보내주시다니저번에 읽은 장 그르니에의 섬 이후 처음이다몇 년 전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를 보고 책으로도 만난 적 있는 조남주 님의 소설집이었다. 이 책 역시 여성들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었던 그 책과 느낌이 비슷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전직 회사원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 연령대의 여성들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일지도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펜데믹을 맞은 초등학생의 이야기로부터 아이 엄마중년, 80이 넘은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첫 이야기 <매화나무 아래>는 금주은주그리고 말녀 세 자매의 이야기이다화자인 말녀는 이름을 동주로 고쳤고은주는 두 번의 암 끝에 세상을 떠났다금주는 남은 여생을 요양원에서 보내는데 자신도 나이가 많은 동주가 큰언니의 요양원을 찾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자주 생각지 않았던 노년의 삶을 그려볼 수 있었고오래전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겪었을 차별들을 상기했다.

 

  <오기>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은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마치 작가 자신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소설이라기보다 에세이 혹은 일기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이다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소설을 쓰고 부정적인 댓글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마지막 작가의 말에 이 이야기 속 에피소드가 모두 자신의 경험담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말을 통해 많은 부분이 겪은 내용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이야기 중 작가인 초아가 여고 시절 김혜원 선생님으로부터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이라는 책을 선물 받고 고3인데도 스무 번이나 읽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마도 조남주 작가 자신이 이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그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 진다.

 

  <가출>은 작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썼다고 한다가출한 아버지가 화자의 카드를 지닌 채로 어딘가에서 맛있는 것을 사 먹는 것을 문자로 받으며 화자는 아버지의 건재함을 느낀다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신 아버지가 이렇게라도 곁에 있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미스김은 알고 있다>라는 이야기는 한편 미스터리한 면도 있다일가친척들로 이루어진 병원 홍보 대행사에서 온갖 일들을 도맡아 하던 미스김이 부당해고를 당한 후 그녀의 존재감은 모두에게 깊숙이 남는다여성들의 사회생활 모습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다.

 

  <현남 오빠에게>는 마지막 부분이 굉장히 통쾌했는데 그것을 위해 앞부분은 정말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남자의 그늘 아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 한 여자가 그 남자의 청혼 이후 이렇게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은 조금은 억지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이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면 그때까지 그 남자 옆에 있지 않았을 것 같다아마도 우리 주변에 있을 이런 여성의 삶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단연코 내 주변에는 없지만 말이다.

 

  <오로라의 밤>은 57세 수학교사 출신의 교감선생님 이야기이다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꿈을 마음에만 품은 채 아이를 키우고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딸은 어느덧 엄마가 되어 있고아이 양육 문제로 화자는 딸과 실랑이를 벌인다그러던 중 오로라를 보러 가는 여행의 실현을 목전에 두고 그녀는 돌연 예상치 못한 동반자와 함께하게 된다고부간의 갈등은 옛날부터 있어 온 것이고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닐 정도로 보편적인 정서이나 이 이야기에서는 과감히 그 틀을 깬다그 중심에 있던 남편이자 아들이 교통사고로 돌연 사망한 것이다한 남자를 놓고 벌이던 신경전은 어느새 상실감을 가진 동지의식으로 바뀌었다오로라를 보기 위한 여정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졌다묘사가 디테일하고 실감 나서 여행을 실제로 다녀온 후에 쓴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말에 다큐멘터리나 책블로그를 참고해 썼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직접적인 경험도 중요하지만 책이나 영상 등의 자료를 이용한 간접 경험 만으로도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여자아이는 자라서>는 성희롱을 하는 반 남학생에 대처하기 위해 기지를 발휘하는 여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다요즘 군대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여성을 노리개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정말 크게 반성해야 할 것 같다학창 시절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일들을 저지른다면 버릇을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첫사랑 2020>은 5학년이 된 한 초등학생이 주인공이다. 4학년 종업식 날 고백을 받은 수줍은 한 소녀는 그 친구와 같은 반이 되어 행복한 학교생활을 꿈꾸었지만 난데없는 코로나 사태를 맞게 되었고그들의 관계는 서연이 LTE 19의 기본 링을 소진하면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소박한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읽으며 작년에 겪은 학교 상황을 어쩜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것인지 놀랐다.

 

  여성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한편 남성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지 떠올려보기도 했다아마도 작가는 이 책 이후 또 악성 댓글에 시달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짐작을 해 본다하지만 한 번 겪었던 일이므로 더 의연히 헤쳐 나갈 것이라 기대한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10년 동안 여기저기에 기고한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일부러 소설집을 만들려고 쓰지는 않았는데도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 엮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그만큼 여성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는 의미 이리라박막례 할머니의 영상을 보며 영감을 받아 활기찬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쓴 부분이 신 난다.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가 아닌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박수를.

 

--- 본문 내용 ---

 

집에 돌아오자마자 작업방으로 달려가 책상 위의 노트북을 열었다나는 김혜원 선생님께로 시작하는 메일을 쓴다죄송하다고그렇게 전화를 끊은 나 자신이 부끄럽다고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내 경험이었고 우리가 비슷한 경험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같은 사람은 아닐 거라고우리가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선생님과 밤새 나눴던 대화가 내 기억들을 불러온 것은 맞다고 쓴다그러므로 선생님의 항의는 타당했다고 쓴다막막하고 피곤하던 고3의 시간들과 무능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과 나까지 대학에 보낼 여유는 없다며 수능 날 아침 미역국을 끓여 주던 엄마를 버텨 낼 수 있었던 것은 새의 선물과 선생님 덕분이었다고 쓴다선생님이 있어서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고 쓴다그때는 내 고통이 너무 커서 이런 고민조차 사치였던 또래들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부끄럽다고 쓴다그러나 나는 내 경험과 사유의 영역 밖에도 치열한 삶들이 있음을 안다고내 소설의 독자들도 언제나 내가 쓴 것 이상을 읽어 주고 있다고 쓴다그러므로 이제 이 부끄러움도 그만하고 싶다고부끄러워 숙이고 숨고 점점 작게 말려 들어가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고그만하고 싶은 이 마음이 다시 부끄럽다고 쓴다선생님이 원망스럽다고 쓴다미안하고 고맙다고 쓴다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쓴다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쓴다하지만 보고 싶지 않다고 쓴다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쓴다그래도 보고 싶을 거라고 쓴다결국 만나게 될 거라고 쓴다. (78-80)


* 목소리 리뷰 *

https://www.podty.me/episode/15943034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집에 돌아오자마자 작업방으로 달려가 책상 위의 노트북을 열었다. 나는 ‘김혜원 선생님께’로 시작하는 메일을 쓴다. 죄송하다고,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나 자신이 부끄럽다고.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내 경험이었고 우리가 비슷한 경험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같은 사람은 아닐 거라고, 우리가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선생님과 밤새 나눴던 대화가 내 기억들을 불러온 것은 맞다고 쓴다. 그러므로 선생님의 항의는 타당했다고 쓴다. 막막하고 피곤하던 고3의 시간들과 무능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과 나까지 대학에 보낼 여유는 없다며 수능 날 아침 미역국을 끓여 주던 엄마를 버텨 낼 수 있었던 것은 『새의 선물』과 선생님 덕분이었다고 쓴다. 선생님이 있어서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고 쓴다. 그때는 내 고통이 너무 커서 이런 고민조차 사치였던 또래들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부끄럽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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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티 씽 -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
자넬 브라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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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신간 소식이다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준다는 메일을 받고 혹시라도 너무 어른들만을 위한 내용은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책을 받아 보았다책이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다페이지 수를 확인하지 않았던 나는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임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앞부분을 펼치자 으스스하고 신비한 호수가 등장했고뻔뻔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보였다어쩌다 범죄자가 되었을까?

 

  그 해답은 곧 나왔다불우한 가정아버지를 쫓아낸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니나는 사기행각에 발을 걸친 엄마의 위태한 형편에 따라 이사 다니기를 밥 먹듯 한다그러던 중 장학금을 준다는 한 사립 고등학교의 제안에 귀가 솔깃한 엄마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약속을 하며 니나를 데리고 이사한다비록 허름한 집과 옷차림이지만 엄마와 함께라 좋았던 니나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성처럼 거대한 오래된 집에 사는 베니다그의 집 오두막에서 만나던 그들은 순진해 보였던 베니의 권유로 해서는 안 될 행동도 한다얼마 후 베니의 아버지에게 발각되면서 엄마와의 반짝였던 날들은 끝이 난다.

 

  시간이 오래 지난 후 니나는 엄마의 뒤를 이어 절도와 사기 행각을 시작한다엄마를 통해 알게 된 남자 친구 라클란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고택 스톤헤이븐에 오래전 사귀었던 베니의 누나가 와 있다는 것을 알고 금고를 탐내며 라클란과 함께 애슐리와 마이클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장하고 오두막을 찾는다불우한 가정사를 지닌 스톤헤이븐의 새 주인 바네사는 껍데기뿐인 오랜 SNS 활동에 신물을 느끼고 시골 마을 외따로 떨어진 집에서 외롭게 지내던 중 오두막을 세놓게 되고오두막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인터넷 상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커플 애슐리와 마이클을 맞이한다.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한 내용이지만 니나와 바네사 두 명의 화자가 속고 속이는 내면의 심리를 너무나 잘 보여주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책을 손에 들 수가 없었다바쁜 중에도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며 틈 나기를 기다려 읽었다독특한 편모 아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독서를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학업에 정진한 니나는 잘못된 선택 끝에 스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입니다어수룩하게 두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가던 바네사는 집안 내력을 살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SNS에서의 허깨비 같은 생활의 무의미함이나 아무리 가족의 병 치료를 위함이라지만 남의 것을 탐내는 건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드라마가 될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니콜 키드먼이 주인공이라니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무겁지 않지만 생각할 거리를 담은 두껍고 사랑스러운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 졌다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전작이 국내에서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고원서가 중고로도 올라와 있어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하드커버 도서를 바로 구입했다읽지 못할 때가 많지만 궁금한 원서는 항상 이렇게 사놓습니다영화도 나오면 보고 싶다여성들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나 영화가 좋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843027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괴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안 그런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중간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인생이, 환경이 이미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던 성향에 영향을 끼치는 거다. 나쁜 행동이 보상을 받고 약점이 처벌받지 않을 때, 우리가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을 갈망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점점 더 비통해하면서 괴물이 되어 가는 거다. 우리는 세상을 보고 세상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측정하면서 점점 한 위치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괴물이 된다. (5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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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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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떠났던 엄마에게서 반가운 편지가 온다글자를 읽지 못하는 카야는 아버지가 볼 수 있게 편지를 놓아두지만 편지를 읽고 불같이 화가 난 아버지는 어머니의 자취가 묻은 편지를 태워버린다어느 날 아버지마저 떠나고 홀로 남은 어린 카야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책을 읽으며 남겨진 소녀가 얼마나 가여운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하지만 아이는 좌절하지만은 않는다최선을 다해 살아갈 방도를 찾는다홍합을 캐서 먹기도 하고그녀에게 다정한 점핑 아저씨 가게에 가서 팔아 배의 기름을 보충하기도 한다물고기를 잡아 훈제한 것을 갖다 드리기도 하며 점핑의 아내 메이블 아주머니의 지원으로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얻는다우연히 만난 조디 오빠의 친구 테이트는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준다원래 카야도 학교에 갈 기회가 있었으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만 있는 그곳에 오직 하루만 다녀온 후 피한다글자는 모르지만 새의 깃털을 비롯한 습지의 생물들에 대해서는 점점 박사가 되어 가는 카야와 그녀를 돕는 테이트는 서로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여 의지하게 된다.

 

  이렇게 아름답기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현재 건장한 남자 체이스의 의문의 죽음 이후 카야는 점점 의심을 받게 된다사람들을 피해 살아가던 그녀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아무리 외롭다 외롭다 하지만 사람 없는 습지에서 어린 나이에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혼자 살아가는 사람을 따를 자가 있을까월든 호수를 찾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았지만 카야는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살게 된 경우다하지만 그녀는 맨발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만 없다면 말이다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기도 했겠지만 늘 자연과 함께 하는 그녀는 선량한 성품을 지니고 살아간다깃털 교환을 계기로 친해진 테이트와의 관계도 아름답다그마저 떠난 후 카야는 더 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승화시켜 그녀는 작가가 된다.

 

  동물학을 전공하고 동물 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은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연구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여러 상을 받기도 하고학술 잡지에 글을 싣기도 한 그녀의 첫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자신의 경험과 그간의 연구가 녹아 있는 이 책에는 시가 있고자연이 숨 쉰다사랑과 외로움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탐구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어서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나 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8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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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 개정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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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 인문학 모임 도서라 이 책을 구입했다. 이외수의 글쓰기 책이나 에세이를 읽은 적은 있지만 소설은 처음이었다. 사실 이 책이 유명한 것 같아 읽어 볼까 한 적이 있었지만 개가 주인공인 줄 알고(동물이 주인공인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읽지 않았었는데 첫 부분을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임을 알고 바로 책에 빠져들었다.

 

  대학을 중퇴한 여학생이 주인공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여성의 심리를 잘 묘사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여자에게 한 남자가 말을 거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몇십 년 전이다. 모르는 남자가 말을 건다면 대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드문 곳이라면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말에 넘어가고 함께 술을 마신다. 알고 보니 남자는 여자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고, 그녀의 공책을 가지고 있기까지 했다. 작가 지망생인 그녀의 공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남자는 모종의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가족을 잃고 숙부와 지내던 여자는 이민 가는 숙부를 따르지 않고 혼자 남아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집도, 직장도 잃고 버려진 건물에서 숨어 지내는 그녀는 남자를 만난 첫날 자신의 은거지로 데리고 온다. 시간이 지난 후 혼자인 줄 알았던 그녀는 남자가 몰래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여자는 생활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일을 한 적이 있으나 작품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두문불출하며 책을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중이었는데 남자의 행적은 그녀를 능가한다. 그림을 그리던 남자는 자신의 바람과 달리 결혼을 하고 회사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이혼을 한 상태였다. 오로지 그림만을 위해 사는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안타까운 그들의 삶에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토록 배가 고프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배고픈 예술가의 생활을 너무나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더럽고 역겨운 것들을 껴안는 작업임을 알게 되었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나 청소년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무언가 독자를 끄는 강력한 힘이 있는 책이었다. 이외수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한 책이다.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아 여파가 오래갈 것 같다. 그가 쓴 다른 작품들도 이런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 브런치 원문

https://brunch.co.kr/@f10cc975bdb542a/107

 

과학은 수시로 경이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보다 소중한 것을 소멸시켜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전화기의 발명 때문에 차츰 연애편지가 소멸되어 가는 것 따위가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과학이 마침내 모든 인간을 소멸시켜 버릴는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언젠가는 인간이 과학의 발달을 최대한으로 억제시키느라고 허둥지둥 정신을 못 차리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나 양식을 갖추지 못한 어느 정서 불안정의 집권자가 있어 단추 하나만 잘못 눌러버리면 세계는 끝장이다. 흔히 경제개발에 관련한 포스터 속에 공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힘차게 치솟아 오르는 광경을 번영의 상징으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고 흐뭇한 미소를 띠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마나 우매한 일인가. 한 켤레의 나일론 양말을 신기 위해 한 바가지의 오염된 물과 공기를 마셔야 할 날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293-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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