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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40370933
사랑 이야기라 젊은 남녀가 등장하는 줄 알았다.
물론
시작은 그러했다.
하지만
그들은 혈기 넘치던 젊은 시절 잠깐 사랑했다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서로 헤어져 지낸다.
그
이유는 여자 주인공인 페르미나 다사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가진 것 없었던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다사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물질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그를 스쳐간 여자들은 많지만 70대에
들어선 그는 자신의 인생에 다사 이외에 아무도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그녀에게 다시 다가갈 방법을 강구한다.
평생에 걸쳐 한 여자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다른 남자의 여자를?
작가는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아마도
주변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책 속에 녹아들어가 있을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작가의 신작인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엄청난 스토리 전개도 좋지만 뛰어난 묘사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면이나
상황을 절묘한 비유를 이용해 묘사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난 작가다.
제목이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내용에 딱 맞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달 인문학 모임 책이라 구입한 이 책은 우리나라 초판본이다.
사실
요즘에 나오는 책은 두 권으로 되어 있어 한 권짜리로 사느라 이 책을 고르기도 했지만 초판본에 있는 구어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도
있었다.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아무튼’이
‘아뭏튼’으로
표기되어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누런
종이와 깨알 같은 글씨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묘한 감동을 느낀 책이다.
- 다른 어느 방보다도 세심한 엄숙함을 자아내는 곳은 나이먹어 죽을 때까지 의사 우르비노의 성전이 돼줄 서재였다. 그곳에 그는 그의 부친이 썼던 호두나무 책상과 장식으로 술이 달린 가죽 안락의자를 중심으로 빙 둘러 있는 벽들과 심지어 창문에 이르기까지, 앞에 유리문이 달린 서가를 늘어 세우고 책 등에는 금박으로 그의 이름의 머리글자를 새기고 모두 똑같이 송아지 가죽으로 제본한 3천권의 저서를 정신착란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세심하게 순서에 따라 배열해 놓았다. 항구의 시끄러운 소리와 역겨운 바람이 제멋대로 들어오는 다른 방과는 달리 서재에서는 언제나 고요함과 수도원의 내음을 즐길 수 있었다. (30쪽)
- 그는 보이는 그대로 쓸모있고 진지한 노인이었다. 그의 신체는 깡마른 데다 곧았고, 그의 피부는 검고 털을 깎아내 매끄러웠으며, 그의 눈은 둥근 은테 안경 뒤에서 뜨겁게 이글거렸다. 그리고 그는 끝부분에 포마드를 바른 낭만적인 구식 턱수염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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