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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31589927
서간체이기도 하고 일기글이기도 한 이 책의 형식은 독특합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생 니나를 우연히 만난 주인공은 잊고 지냈던 그녀의 인생에 깊숙이 개입하게 됩니다. 너무나 쿨해서 매정해 보이기까지 했던 동생이 멋진 여성이 되어 나타났다면 놀랐겠지요? 젊은 시절 미움도, 서운함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갑작스런 니나와의 만남 이후 자신을 찾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먼 길을 달려 동생에게 갑니다. 그녀를 기다리는 건 어수선한 집과 속내를 알 수 없는 니나입니다. 주인이 떠나기 직전처럼 보이는 집에서 그들은 니나가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발단이 된 것은 슈타인의 일기입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던 니나.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가까이 하지 못했던 슈타인. 그들 사이에는 20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긴 세월 서로를 생각하며 의지하고, 마음을 씁니다. 사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슈타인에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 매달렸던 것일까요? 아니면 니나에게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그녀 곁을 배회하며 일관된 일기를 써 온 그의 집념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한편 내가 니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가의 문체와 사상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실제로 나치에 반대하는 일을 하고 투옥되기까지 했던 루이제 린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니나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릅니다. 영원히 길들여지지 않는 니나라는 존재는 어쩌면 현대에 많은 사람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인물인지도 모릅니다. 소설을 썼던 니나는 나에게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이었으니까요. 섣불리 흉내 내기 어려운 니나의 삶, 그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간 주인공과 함께 우리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 나는 니나가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가 어떻게 일하는지,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교제하는지, 그녀가 무엇을 쓰는지 알고 싶었다. 나에게 허락된 짧은 시간 안에 나는 그녀의 전부를 알고 싶었다. 니나는 잘못 말하거나 정정하는 법이 없었다. 아주 간결하고 정확했다. (84쪽)
- 우리는 서로 만나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상대방의 문지방을 넘어서지 못한 거요. 문지방 너무 다른 사람의 왕국이 있는 그곳으로 말이오. 당신은 나의 인생을 인정할 수 없었소. 당신의 인생과는 너무 달랐던 거요. 그렇지만 당신은 나의 인생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잖아요? 니나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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