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 - 좋은 신발과 노트 한 권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피에로 브루넬로 엮음, 김효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66401805
40년 남짓 짧은 생애를 살며 의사와 작가로 명성을 얻었던 안톤 체호프는 문예창작과 수업에서 필수로 배우는 작가들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그의 <<갈매기>>라는 희곡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등장할 만큼(필립 로스의 <<전락>>) 영향력 있는 작품입니다. (이 책을 읽고 도서관에 예약했습니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 글을 썼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사실 작법도 작법이지만 글을 쓰는 정신적인 바탕, 사회 고발, 문제 의식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글쓰기는 진실의 기록이며, 역사를 후대에 전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사할린 섬>>이라는 그의 작품을 쓰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인권 유린의 현장인 그곳에는 여러 가지 범죄를 짓고 자신의 형기를 사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지내며 속속들이 관찰하여 글을 썼습니다.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100대나 되는 채찍질을 견디며 허기지고 추운 그곳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6개월 동안 익숙한 것들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애환을 글로 남겼던 체호프처럼 여행을 하며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것과는 분명 다른 생각들이 뇌 속에서 복잡하게 스파크를 일으킬 것이 기대됩니다.
늘 노트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의 말을 적고, 관찰한 것을 기록한 것은 여느 작가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의 것이 있다면 순수함, 열정,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능력이 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발로 글을 썼다는 면에서,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곳을 파헤쳤다는 면에서 오늘날의 기자 정신과도 통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느 정도는 모두 그런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생각한 대로 쓸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할 때가 많습니다. 체호프처럼 진실을 쓰기 위해서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 안톤 체호프는 순진한 사람이다. 그는 식사 초대에 응하고, 낚시를 하거나 길을 가다가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언제든 이웃의 말을 믿고, 편견 없이 정직하게 관찰하고, 소식을 직접 확인하고, 눈으로 본 것을 이야기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도, 그림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형상도 없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말을 유창하게 잘하지 못했다. 자신을 방어하지도 못했고, 때로는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13-14쪽)
- 과학이나 문학이나 모두 "정당하고 절대적인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59쪽)
- "의학은 나의 합법적 아내고, 문학은 나의 애인" (6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