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굴레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45648491

 

  이번 달 인문학 모임 책이 <<인간의 굴레에서>>이었다. 두 권으로 나뉘어 10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보고 놀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1권을 읽는 데만 거의 한 달이 걸렸다. 첫 부분이 조금 지루하고, 공감 가지 않는 데가 있어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지하철에서 들고 다니며 읽기에 무거워서인지 가벼운 책들에 밀려 읽지 못하다가 모임 날을 며칠 앞두고 속도를 내어 다 읽을 수 있었다. 의외로 뒤로 갈수록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재미가 있었다. 일전에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를 보며 작가의 문장력과 이야기 만들어내는 능력을 감탄했는데 이번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달과 6펜스가 천재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이 겪는 인생의 굴곡에 대한 것이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사제인 백부의 손에서 자라는 절뚝발이 필립은 부족한 사랑과 콤플렉스로 인해 불우한 학창 시절을 보낸다. 머리는 좋아 학업에는 뒤지지 않으나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진학해 종교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남은 학창 시절을 스스로 마무리하고 독일에 가 백부가 주는 돈으로 지식을 쌓아 나가던 중 갑자기 미술 공부가 하고 싶어져 파리로 가고자 한다. 백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리에 가 자유로움에 취해 있었던 필립은 그림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지 않고, 대부분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다시 런던으로 간다. 그간 만난 여자들 중 밀드레드는 그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그를 흔들어 놓는데 그녀로 인해 그는 많은 재산을 탕진하게 되고 증권으로 돈을 날린 그는 급기야 노숙자 신세가 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인생에는 어둠만 있으라는 법이 없다. 그가 다른 사람들을 돕듯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어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고,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것을 보며 인생의 고통으로부터 달관하게 된다. 돈과 명예, 여자, 종교. 이러한 굴레들로부터 자유를 찾아 나가는 필립을 보며 우리의 인생을 반추하게 된다. 그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스쳐 지나며 필립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을 통해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될 것이다.

 교야

  작가의 삶을 모티프로 시작되어 뒤로 갈수록 많은 허구를 추가한 이 이야기를 통해 당시 유럽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일들,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부분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최근에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책이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남긴 몸의 저서 중 <<작가 수첩>>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싶어졌다

 

- 최근 필립의 마음을 사로잡은 생각이 하나 있었다. 사람은 한번 살 뿐이니, 성공적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돈을 벌거나 명성을 얻어 성공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무엇을 성공적인 삶으로 보아야 할지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체험, 자기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07쪽)



- 자네가 내게 보여준 그림들에는 재능은 없네. 열성과 지성은 있어. 자넨 보통 이상의 화가가 되지는 못할 거야. (415쪽)



-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남의 충고에 따라 옳은 일을 하여 얻는 것보다 스스로 애쓰다 잘못한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요. 저는 제 하고 싶은 것을 해본 거예요. 그리고 이제 생활을 정돈해도 나쁠 것 없구요. (42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