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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38745193
책의 좋은 구절을 필사하려고 하다가 쪽수가 없다는 걸 알았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지만 쪽 번호가 매겨지지 않은 책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혼자 여행을 즐기는 나름 독특한 저자의 독특한 취향인 것일까? 순서 없이 나열된 생각의 고리들에게 순서를 표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서일까? 저자를 만나게 된다면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사람을 사랑하는 저자의 여행은 어쩌면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한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늘 혼자 떠나나보다. 여러 명이 함께 여행을 하면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혼자 다니다 보면 내면의 나와 이야기할 수 있고,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통해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가정이 있거나 뚜렷한 직장이 있는 사람에 비해 저자는 어쩌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마음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는 여유. 그것은 돈이 많거나 권력이 높은 것보다 어쩌면 더 멋진 일인지도 모른다. 누구나의 동경이기도 하니까.
지나가다 시상이 떠오르는 날이면 카페로 직행하고, 혼자 앉아 있다가 주인의 식사 권유도 받고, 여행하다 다쳐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며 다른 이는 느끼지 못하는 엄청난 감동을 글로 담아내기도 할 것이다. 우연히 만나 설레는 마음을 가지기도, 아픈 사랑을 마무리하기 위해 떠나기도 할 것이다. 한동안 외국 여행 후 남긴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책에 비하면 이 책은 보다 우리 가까이에서 숨쉬는 저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남긴 사진들에서는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자연의 색감,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미학이 남아 있다. 고된 여정의 산물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니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문득 혼자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갑자기 책을 들고 동네 카페로 나왔나보다.
- 라면을 끓일 줄 아는 게 유일한 요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매력 없다. 그저 씹어 삼키는 일은 쓸쓸하다. 나의 청춘도 그런대로 쓸쓸했다. 여행마다 혼자였으니 더 그랬다. 더 이상 라면에 신세를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이제는 내 쓸쓸함도 요리가 필요하다고 느낄 즈음이었다. 만성적인 허기를 어찌해보고 싶어서 여행을 마치고 나면 친구들을 불러 제대로 된 요리를 해봐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정신적인 것이기도 했던 허기는 사람들을 불러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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