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몸 담고 있는 나는 교육에 관한 책이라는 것만으로 호기심이 있어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출판사의 말에 흔쾌히 주십사 했습니다. 20년도 전에 영국의 사립학교에 다녔던 일본인 저자는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과 그 정신에 대해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시대가 많이 흘러 지금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정신만은 변함 없이 이어져오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영화 해리포터를 떠올렸습니다. 각 기숙사마다의 색깔이 있고, 엄청난 소속감을 가지고 있으며, 생활할 때는 특유의 복장을 유지하고,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깎듯한 예의를 지키는 학생들을 보면서 영국의 사립학교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와 비슷한 형식을가지고 있으며, 영화속 퀴디치 게임처럼 기숙사별, 또는 학교별 스포츠에 열광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예배를 드리고, 성직자가 교사나 교장을 맡고 있으며,감독 없이 시험을 쳐도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학교, 생각하기에 딱딱할 것 같고, 아이들의 자유가 어느 정도 억압될 것 같은데도 돈 많은 부모들이 자처해서 보낸다고 하니 영국 부모님들은 우리나라 부모님들과는 사뭇 다른 교육관을 가지고 있나봅니다. 먹을 것도 넉넉히 주지 않고, 냉난방도 완벽하지 않은 곳이지만 부모님들이 불평하기보다는 아이들이 견뎌내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겠지요?
모든 것이 풍족하고, 여건이 좋은 편인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시간과 운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주어진 시간 외에 더 공부하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영국 사립학교의 풍토는 남들을 이기고 올라서려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와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낫게 되기 위해 학교가 끝나도 집이 아닌 학원으로 몰리는 아이들은 교육의 전반적인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 가기까지는 쉬운 영국,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기는 어려운 곳, 정말 공부 하고 싶은 학생들만 대학을 가서 학문에 전념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대학은 학문 연구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잊지 않고, 직업을 위한 기관은 따로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대학을 그리고 학교를, 교사를 눈에 보이는 숫자만으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 낯선 곳의 교육을 딱딱하게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는데 슬픈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