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영어 연수로 호주에 갔을 때 한 학교를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특별히 공개수업이라 할 건 없지만 손님으로 학교 전체를 다니면서 수업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한 학급의 수업이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막 들어갔을 때 화면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연설이 나오고 있었고 아이들이 너무도 진지하게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이후로 그 영상을 비롯해 오프라 윈프리나 스티브 잡스의 연설 영상을 여러 번 보기도 했는데 이 책에 그들의 연설문이 실려있는 것을 다시 보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책은 모두 열 권으로 나뉘어 화법, 감동, 설득, 유머, 자신감, 호소, 지식, 포효, 도전, 용기 등 주제에 맞게 유명한 연설문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첫 두 권을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읽으면서 의아했던 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문이 실려있는 것입니다. 그의 연설은 1권 ‘화법’ 편에 실려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에 홀린 듯 그의 추종자들이 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마도 그의 뛰어난 언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진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포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던 것처럼 본모습이 아닌 화술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역사 속에서 진실이 밝혀지긴 하지요.
개인적으로 두 번째 책인 ‘감동’의 연설문들이 좋았습니다. 특히 마틴 루터 킹, 오프라 윈프리, 오준, 캐빈 마이클 러드의 연설문이 좋았는데 그 이유는 약자들에 대한 따스한 배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호주에 갔을 때 피로 얼룩진 초기의 역사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 인디언 만큼이나 많은 피해를 입었던 호주의 원주민들에게 무조건 사죄를 하는 그의 연설은 눈물겹습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연설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오랫동안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연설할 기회가 별로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연설문이지만 이 글들을 통해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영어로 된 본문이 함께 있어 정선된 영어 문장들을 접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