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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ㅣ 창비세계문학 11
알베르 카뮈 지음, 유영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06006958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이중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음속에는 질투가 솟구치지만 겉으로 진심으로 축하하듯 말하고, 불행의 끝자락에서 ‘나는 행복하다’고 스스로 외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친절한 사람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야비하고 악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이 아닐까?
이 책은 독특하다 인간이 지닌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등장인물이 상대방(혹은 관객)에게 들려주는 독백, 모노드라마의 형식을 띤다. 자신이 젊었을 당시 얼마나 잘나갔는지, 그의 인생을 바꾸는 하나의 사건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무대를 바꿔 가며 이야기한다. 빠리의 변호사인 독자는 그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어준다. 아마도 지금은 나이 들고 가난한 사람으로 전락했지만 오히려 죽음마저도 담담히 받아들인다. 잘나가던 당시에 자신이 얼마나 이중적인 사람이었는지 이야기하며 인간이 지닌 이중성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인문학 모임에서 이번 달 도서로 정한 <<전락>>은 두 명의 저자가 있었는데 까뮈의 책을 읽기로 해 놓고 잊고선 필립 로스의 책을 빌려 먼저 읽었다. 중간에 이상한 내용이 나올 때 낌새를 차렸어야 했는데 그 책을 다 읽고도 한참 후에야 또 하나의 <<전락>>을 읽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쨌든 덕분에 두 책을 읽고 비교해볼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두 책 모두 잘나가던 젊은 시절과 나이 들어 병든 노년의 삶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부유하고 명성 있던 젊은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전락’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시기가 정말 전락일까? 젊고 당당하던 시절 가졌던 속물적 이중성 자체가 혹시 전락이 아니었을까? 겉으로 보이는 전락과 자기 스스로 느끼는 전락은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성을 잃은 것이 단지 전락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스스로 알고 있는 자아가 떳떳하지 못하다면 스스로 전락한 꼴이다.
인간에 대해 깊이 사색했던 알베르 까뮈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가 내린 결론(죽음마저도 받아들이는 용감한 사람, 그로 인한 스스로의 구원)에는 이견이 수 있겠다.
- 나는 육체를 향유하도록 만들어진 사람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내 안에서 조화로움과 온화한 통제력을 느꼈고, 가끔 이것이 자신들의 삶에 활력이 된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나와 친해지려고 했지요. 가령 사람들은 흔히 초면인 내게 어디선가 꼭 본 것 같은 인상이라고들 했습니다. 삶이, 삶의 존재들과 삶이 주는 선물들이 나를 마중하러 나왔던 겁니다. 나는 너그러운 자부심으로 이런 경의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토록 충만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으로 살다보니 정말 나 자신이 약간 초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지요.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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