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 키웨스트와 아바나에서의 일 년
아널드 새뮤얼슨 지음, 백정국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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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99234019

 

  헤밍웨이가 살아 돌아와 하룻밤 함께 삶과 문학에 이야기를 나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가 살아있었을 동안 그의 작품에 반해 먼 길을 찾아갔던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을 쓴 아널드 새무얼슨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헤밍웨이처럼 걸작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작가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그는 글 쓰는 것 뿐 아니라 삶의 지혜와 철학을 배운다. 이 책은 그가 작가와 지낸 일 년 여의 생활을 쓴 것이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헤밍웨이는 낭만적이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다. 유명해진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귀찮게 했을까? 아마도 처음에는 아널드를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널드의 눈에 비친 순수한 열정을 읽어내고 자신의 곁에 둔다. 꿈만 같았을 법한 그 제안에 아널드는 그곳에 눌러앉아 헤밍웨이의 배에서 잠을 자며 그의 배를 지킨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헤밍웨이가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는 내용을 받아 적기만 한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사실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이 책에서 아주 조금 그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은 그가 지인들을 태우고 배에서 지내는 이야기와 큰 물고기들을 잡는 내용이다. 그 속에서 작가의 인품이 드러난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몇 명의 하인들을 대하는 진심어린 태도와 그들을 위해 많은 돈을 아낌없이 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인종차별의 시대이니만큼 흑인에 대해서는 평등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획기적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책을 읽은 후 헤밍웨이의 말년에 자살로 추정되는 의문의 엽총 사고에 대해 알게 되었다. 대작가였던 그에게도 슬럼프가 있었으며 몇 주 동안 한 줄도 쓰지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음을 그는 이 책의 대화문 속에서 고백하고 있다. 아널드는 이후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헤밍웨이는 그를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년의 아널드는 결국 바이올린을 켜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대작가에게 사사 받고도 글을 쓰다 마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노력해서 죽을 때까지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글 쓰는 일에 재능이 있는지는 써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바이올린을 켤 줄 아는 아널드(그래서 나에게 더 친근했는지도 모른다)마에스트로라 부르며 아들처럼 다정하게 대했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상상하며 헤밍웨이에 대해 잘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 것이 기쁘다. 물론 이 책에서 곳곳에 등장하는 글쓰기에 대한 보석 같은 멘트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 헤밍웨이가 권한 책들 (36-37쪽)

보바리 부인, 더블린 사람들(제임스 조이스), 적과 흑, 인간의 굴레,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토마스 만), 환호와 작별(조지 무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옥스퍼드 영시집, 거대한 방(커밍스), 폭풍의 언덕, 저 멀리 그 옛날에(허드슨), 아메리칸(헨리 제임스)



- 제발 생계를 위해 소설에 매달리지는 마. 통속소설 같은 사이비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 다른 걸 쓰는 법을 절대 배우지 못해. 먹고살 만큼 돈을 모을 때까지만 하다가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생각하는 통속작가들을 나도 많이 알지만, 씨도 안 먹히는 얘기야. (86-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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