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74308451

 

  몇 년 전 숙명여대에서 영어연수를 여러 달 동안 받은 적이 있습니다. 출근하지 않고 대학생으로 다시 되돌아간 듯한 느낌에 신이 나 매일같이 새벽 두 시까지 과제를 하면서도 즐거워했던 시절입니다. 그 때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었는데 그건 그 학교의 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유리로 된 큰 건물의 1층에 영어 원서들이 있어 자주 들렀는데 그때 본 곳이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아 둔 방입니다. 여자 대학교라서 그랬는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의 여성들은 요즘보다 사회생활은 물론 글 쓰는데 있어 많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남자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을까요?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 없었나봅니다. 이 책에는 35인의 여성작가들의 작업 공간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여성작가들이 담배를 물고 작업을 했습니다. 과거에는 담배의 해악에 대해 크게 알려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런가 하면 동성애 성향을 가진 작가도, 남성 편력을 지닌 작가도 있었으며 세상을 향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 작가도 있습니다. 책상만 있으면 어디서든 글을 쓴 작가도 있었지만 자신의 방에서 두문불출하고 작품을 쓴 사람도 있습니다. 일생이 소설만큼이나 파란만장했던 작가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작가도,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쓴 생계형 작가도 물론 있습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작가들도 많지만 여성 작가라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반가움이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여성 작가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여성, 남성을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성 차별적인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 고난을 이겨내며 글을 쓴 여성들을 뒤이어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멋진 작품들을 낳는 작가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면서 행복했다는 작가들의 마음과 같아지면 나도 멋진 작품을 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다른 책 사다 제목에 끌려 산 중고책인데 마지막 장을 맞기 싫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듭니다.

 

 

- 스타인은 글을 쓰기 전에 그림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현대 화가들의 걸작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작품을 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한번은 오빠 레오가 피카소의 작품 중에 스타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림을 사들인 일이 있었다. 그녀는 그 그림이 자기 입맛을 달아나게 할 뿐만 아니라 글쓰기까지 방해한다고 불평해댔다. 벽에 걸린 그림들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62쪽)



- 유르스나르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쓴 작가로, 호텔 객실에 있건, 야간열차 안이건, 여객선 선실에 있건, 어디서든 머릿속을 비워놓은 다음 그 안을 소재와 주인공들로 채워 넣었다. <<하이드라누스 황제의 회상록>>의 초안도 그렇게 탄생했다. 기차 안 또는 강의를 하러 가는 차 안에서 한 권의 참고 서적도 없이 쓴 것이다. "이따금 하이드라누스 황제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글을 쓰기 전에 한두 시간 정도 그리스어 공부를 했지요."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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