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66936768


  이번 달 인문학 모임 책으로 신영복님의 옥중서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기로 했습니다. <<강의>>라는 책을 읽으며 고전에 대한 그의 인문학적 깊이에 감탄한 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은 책입니다감옥에 들어가 그의 젊음을 다 보냈던 오랜 시간 동안 가족에게 편지를 쓴 것들을 모은 책이라 강의에 비해 어렵지 않고 읽기가 수월합니다그의 감옥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편지와 그림을 읽으며 한편으로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젊은 날 자신의 의지대로 외출하지도 못하는 감옥이라는 곳에 들어가 수많은 세월을 보내며 늙어가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그가 본 감옥의 죄수들은 첫인상에 비해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좋은 학교를 나와 교수 생활을 하던 그는 오랜 감옥 생활에 동기나 선후배 관계도 잃고 책과 사색을 하며 감옥 생활을 이겨 나갑니다그런 그에게 가족의 편지는 큰 힘이 됩니다.

 

  큰 죄를 지은 사람이 오랜 시간 감옥에서 반성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억울하게 장기수가 된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는 얼마나 큰 슬픔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물론 대부분은 정확하게 판결 받아 감옥에 갔겠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정치범이라는 이름으로 감옥 신세를 진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이 책을 읽으며 놀란 것은 그런 억울함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그저 가족의 작은 편지와 방문에도 감사하는 그의 글을 보고 감동이 우러나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놀란 건 그의 글솜씨와 예쁜 글씨체뿐 아니라 그림 실력입니다편지 한구석을 장식한 삽화들이 전문가 못지않습니다참 재주가 많은 분이십니다지금은 타계하셨지만 그가 남긴 좋은 책들은 어쩌면 힘든 감옥 생활을 버티며 수없이 읽고 생각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하지만 그 가족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아파 옵니다.

   


- 황금의 유역에서 한 줌의 흙을 만나는 기쁨이 유별난 것이듯, 수인의 군집 속에서 흙처럼 변함없는 인정을 만난다. 이러한 인정의 전답에 나는 나무를 키우고 싶다. 장교 동에 수감되지 않고 훨씬 더 풍부한 사병들 속에 수감된 것이 다행이다. 더 많은 사람, 더 고된 생활은 마치 더 넒은 토지에 더 깊은 뿌리로 서 있는 나무와 같다고 할 것이다.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혀 죽고 싶을 정도의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 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기쁨이 이룩해내는 엄청난 역할이 놀랍다. (4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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