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66376599

 

  정호승 시인을 몰랐던 시절 우연히 그의 강의를 들으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마음이 참 맑은 시인이구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극진한 시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후로 그의 시집을 몇 권 읽어보긴 했지만 동시는 처음입니다. 어린이들이 쓰는 시는 어린이시이고, 누가 쓰든 아이의 마음으로 쓰면 그게 동시가 아닐까 합니다. 어린 시절 엄마 품을 회상하며 썼던 시를 모았다는 이 시집의 시들을 읽으니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노랗게 빛바랜 재생종이가 시의 가치를 드높입니다. 코팅되어 선명한 책들이 많은 요즘, 자연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 책처럼 시에도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통나무를 잘라 산책로 계단을 만들고 거기에서 자라난 풀잎마저 밟는 사람들처럼 되지는 않겠다는 시인의 결의가 아름답습니다. 다른 사람을 짓밟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변기 닦는 친구의 어머니를 보며 원래는 깨끗했던 변기처럼 다른 사람의 오물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는 지나치기까지 해 보입니다. 그런 남다른 생각이 그를 오히려 최고의 시인으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른 이와 조금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이 돋보이기 마련이니까요.

 

  오래 전 어머니에 대한 자신의 시를 낭송하며 눈물을 흘리던 시인의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이 작은 책에도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 시가 많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무릎에 누운 어린 시절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지금도 시인은 꿈에서 어머니를 만날 것 같습니다.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60쪽)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곷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 보신탕 (23쪽)

바둑이를 키우고 나서부터

아빠를 따라가

몇 번 보신탕을 먹은 게 후회스럽다

바둑아

내 잘못이 아니다

아빠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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