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로테 - 2014 르노도 & 공쿠르 데 리세앙 수상작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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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39610187

 

  오래 전 중학교 1학년 때인가 가끔 생기는 용돈으로 문고판 책들을 사 읽던 기억이 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안네의 일기>>이다. 여러 번 읽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들킬까 두려워 집 안에 숨어 지내던 유태인들의 삶을 읽으며 함께 마음 졸이고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 키티님으로 시작하는 일기를 보며 나도 내 일기장 이름을 짓기도 했었다. 그 책 이후로 유태인의 고난은 나에게 오랜 동안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일제에 시달리던 우리 민족의 정서와 닮아 있어서일까?

 

  출판사의 서평 제의를 받고 프랑스 작가(프랑스 작가는 엉뚱하기도 하고 멋스러운 데가 있어 좋아한다)인데다가 유태 여인에 대한 이야기라 흔쾌히 승낙했다. 도착한 날부터 재미있게 빠져든 이유 중 하나는 소설이 아닌 시의 형식인 데다 실존인물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행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집안 내력을 지닌 샬로테. 어릴 적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와 새엄마와 함께 독일에서 살던 어느 날 자신들의 어두운 미래를 예견한다. 갑작스레 잡혀갔다 돌아온 넋 잃은 아버지는 샬로테에게 프랑스로 떠나기를 권유한다. 그녀에게는 가지 못할 한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끝내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프랑스로 떠난다. 그림을 그릴 때면 행복해지는 그녀는 암울한 시간들을 그림으로 버틴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마음을 졸이며 읽었다.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본 당시의 역사는 더 처절하다. 한 여행의 불행에 꽂혀 그녀의 흔적을 찾아다니던 작가의 아픔마저도 느껴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을까? 역사 속 대학살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감각해져 있지 않은가? 그것이 개인의 역사로 보면 이렇게나 끔찍한 것을. 하기야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어느 곳에서 수많은 억울한 죽음들이 있겠지? 결국 역사 속에 한 얼룩으로 기록되겠지?

 

 

- 우릴 따라오시오.

어디로 가는 거요?

일체 질분은 하지 마시오.

소지품을 좀 챙겨가도 되겠소?

그럴 필요 없소, 서두르시오. (151쪽)



- 건물 위에 쓰인 글이 보인다, 모두 샤워를 할 것.

샤워실로 들어가기 전, 한 사람 한 사람 옷을 벗는다.

입었던 옷가지들은 고리에다 걸어놓아야 한다.

여자 간수 한 명이 고함을 지른다.

모두 다 자기 옷걸이 번호를 잘 기억해둬!

여자들은 이 마지막 숫자를 기억해둔다.

그리고 거대한 방 안으로 들어간다.

서로 손을 꼭 잡는 여자들도 있다.

모든 문들이 자물쇠로 꽁꽁 잠긴다, 마치 감옥처럼.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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