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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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25044859

 

  이 소설은 사진 몇 장과 함께 수기를 건네받은 사람이 그 세 편의 수기를 공개하는 형식으로 씌어 있습니다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익살맞았던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껍데기만을 공개했던 요조는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점점 자신을 파괴해 가기 시작합니다사회적으로 금기시 되는 것들에 손을 대면서 급기야 약물 중독에 이르기까지 그는 서서히 나락으로 빠져들어 갑니다여러 번의 자살 시도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이 내용은 어떻게 보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허구화 한 것이라고도 보입니다다섯 번째 시도에서 저세상으로 간 작가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인 딸 오오타 하루코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 다자이 오사무는 전쟁 이후 허무주의적인 내용으로 이 소설을 써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 들었습니다.전 후 혼란스럽던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 이 책은 자살에 대해 그다지 터부시 하지 않는 (어떤 의미에서 숭배하기까지 하는일본 특유의 문화가 스며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독교를 잠시 접하기도 했던 그는 온전한 신앙을 갖지 못하고 다시 방황하게 되는데 이 책에 함께 실린 직소는 예수님의 제자 유다의 이야기를 쓴 것입니다성경의 내용과 흡사하여 그가 성경을 얼마나 가깝게 접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자살을 죄로 여기는 기독교와 그의 자살 시도는 서로 상충되는 감이 있습니다.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겁쟁이인 스스로를 숨기기 위해 익살스럽게 지냈던 요조의 삶이 읽는 내내 서글프게 다가왔습니다혼란스러운 시기에 연약한 정신으로 부유하듯 세상을 살다 간 그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져서인가 봅니다.

- 저한테는 단체 생활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불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또 ‘청춘의 감격’이라든가 ‘젊은이의 긍지’라든가 하는 말은 듣기만 해도 닭살이 돋았고, ‘고교생의 기개’라느니 하는 것은 도저히 좇아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교실도 기숙사도 비뚤어진 성욕의 쓰레기통으로 느껴졌으며, 저의 완벽에 가까운 익살도 거기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43쪽)

-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음지의 존재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 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한 놈으로 손가락질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다정한 마음이 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그 ‘다정한 마음’은 저 자신도 황홀해질 정도로 정다운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또 ‘범인(犯人) 의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저는 이 인간 세상에서 평생 동안 범인 의식으로 괴로워하겠지만 그것은 조강지처 같은 나의 좋은 반려자니까 그 녀석하고 둘이 쓸쓸하게 노니는 것도 내가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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