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술 먹는 책방 - 동네서점 북바이북 이야기
김진양 지음 / 나무나무 / 2015년 2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22794717
어느 때부터인가 동네 책방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문제집을 주로 팔긴 하지만 동네마다 작은 서점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익명성이 중요해지면서 서점은 책만 사는 곳이 아닌 문화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약속을 해서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이용하거나, 하루 종일 서서 책을 골라도 눈치 볼 필요 없는 곳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서점은 어느새 대형 기업들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런 세태를 역행한다면 용기 있다고 할까요, 무모하다고 할까요?
오랜 회사생활에 지칠 때 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자영사업을 꿈꿉니다. 자본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쉽게 뛰어들 수 있는 것을 찾아 섣불리 회사를 나왔다가 가진 것을 잃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잘 살린 작은 사업을 시작합니다. 방송국들이 들어서기 전 상암동에 자리를 잡은 동네책방 ‘북바이북’은 이렇게 탄생하게 됩니다.
독특함이 생명인 저자의 가게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책맥’의 선구자가 아닐까 합니다. 책과 맥주의 만남을 위해 일본의 책방을 돌며 벤치마킹하기도 한 저자는 우리나라에 맞는 책방을 만들어 성공을 이룹니다. 커피도 맥주도 그리고 안주까지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저자였지만 무게중심을 모든 것에 두지 않고 힘을 살짝 빼는 센스도 잊지 않습니다. 여러 종류의 커피를 준비하기보다는 책방 본연의 구실에 비중을 두는 것이지요.
하나의 책방을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출판사들의 협조, 안주를 댈 작은 사업주들과의 원만한 관계, 가장 중요한 동네 주민들의 호응을 동시에 얻어내야만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오롯한 자기만의 사업체를 꾸리는 기쁨은 월급 생활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나니 책방에 가 보고 싶어 상암동을 방문했습니다. 생각보다 좁은 실내였지만 많은 책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읽고 싶었던 <<인간 실격>>을 하나 구입하고 회원가입 후 자리에 앉아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함께 앉아 읽는 분들이었습니다. 책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 자꾸 가고 싶은 동네책방입니다.
- 만약 자신이 나이에 비해 철이 덜 들었다고 생각되어 고민이 된다면 사업을 해보길 적극 권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철이 없음으로 인하여 인간관계를 그르치거나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업은 그만큼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알게 해주는 인생의 큰 스승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더더욱. (6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