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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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91981867

  오래 전 남편이 갖다 놓은 <<비즈니스>>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무슨 엄마가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판다는 거야?’하는 마음에 선입견으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박작가의 <<소소한 풍경>>을 읽으며 <<은교>>에서 느꼈던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발견하고 다시 잡게 되었습니다. 닫힌 마음으로 읽었던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물질에 길들여진 우리들, 새로 형성된 도시에 투자하느라 잊혀 가는 구시가지들, 서로에게 무관심한 결혼생활…….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릅니다.

 

  대학생 시절 운동을 하던 남편은 인권변호사의 꿈을 안고 고시공부에 돌입합니다. 그가 보내버린 10년 동안 정우 엄마는 남편 뒷바라지를 하며 아이를 키웁니다. 오랜 공부 끝에 그가선택한 직장에서 남편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부인에게 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단 하나의 희망인 정우의 공부를 위해 그녀는 친구를 통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만난 새로운 인연으로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구시가지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이 쓸쓸하게 그려진 이 책은 중국에서도 연재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불합리성을 글로 쓰기 좋아하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시가지에 투자하기 위해 과거의 약속을 무시하는 시장의 비즈니스, 그로 인해 피해 입은 사람이 도둑을 변신해 저지르는 비즈니스, 자식의 과외공부를 위해 시작한 암흑의 비즈니스, 물욕을 채우기 위해 남자를 차지하려는 욕망의 비즈니스. 이들은 모두 목적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닮아 있습니다. 저마다 노련함을 자랑하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지만 그 끝에서 허무함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많은 돈도, 권력도, 명예도 필요치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 내 나이 겨우 스무 살이었다. 세상에 대해 적개심이 많았던 젊은 남편의 등뼈는 그때, 차라리 고등어의 등처럼 푸르고 싱싱했다. 얼마나 달려가 매달리고 싶었던 등뼈였던가. 버림받는다는 건 내겐 늘 절름발이가 되는 것이었다.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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