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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00367794
요즘 박범신 작가의 소설을 계속 찾아 읽고 있다. 소금은 작년엔가 이웃 분들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마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던 책이다. 이번에 다시 빌려 읽으면서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가정 경제가 살아날수록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한데 오히려 소비 풍조에 빠져 조금 더, 조금 더, 하며 더 갖기를 열망하게 된다면 그 가정의 끝은 불행일 수밖에 없다.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었던 선명우는 점점 자신을 돈 나오는 곳으로만 인식하는 가족들 때문에 미련 없이 가정을 떠나게 된다. 물론 그 가정은 그로 인해 산산이 부서진다. 서로를 사랑해야 할 가족인데 오히려 이용하고,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가깝기 때문에 더 무례하고, 상처를 주는 가족. 그는 그런 가족을 떠나 가진 것 없고 모두 부족한 것 투성이인 새로운 가족을 만난다. 고된 몸에 없는 살림이지만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그의 새로운 삶은 우리에게 물질이 다가 아님을 알려준다.
자신의 몸을 녹여 음식의 맛을 더하는 소금처럼 우리의 아버지들은 과거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을 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나마 예전에는 집안일을 여자들이 거의 다 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오면 집안일에 육아까지 해내는 남자들이 늘은 것 같다. 가사분담과 경제 부양에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힘든 시대이다. 그럴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 주는 가정 분위기가 꼭 필요하다.
- 어머니는 늘 아버지를 가리켜 ‘숙맥’이라고 불렀다. ‘숙맥이 무슨 뜻이야, 엄마?’ 작은언니가 묻고 "콩과 보리. 콩과 보리도 구별 못하는 사람!" 엄마의 설명에 큰언니, 작은언니, 시우는 한꺼번에 까르르르 웃었다. (34쪽)
- 그가 돈을 모아서 하고 싶은 것은 김승민의 휠체어를 사는 일과 네 식구가 나란히 누울 만한 텐트를 사는 일 정도였다. 모든 문제는 잉여 재산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잉여는 소비를 부르고, 소비는 더 큰 욕망과 더 큰 잉여를 부르도록 운명 지워져 있었다. … 가족은 차츰 그 자신을 다만 ‘통장’같이 취급했다. 아내는 물론이고 어린 딸들과도 따뜻이 지냈던 시절의 짧은 추억들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이었다. 그러나 잉여 재산이 불어나면서 그는 차츰 그 모든 사랑의 관계를 잃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그는 자식들을 소비의 괴물로 만들었을 뿐이었고, 아내와의 사랑 역시 서로 ‘뺄대를 꽂아 빠는 기능적 관계로 변모됐다. (247-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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