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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노래들 - 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마스터피스
최성철 지음 / 뮤진트리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98890006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에만 향수를 느끼지 않는다.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이나 맡았던 향기, 또는 음악을 들으며 과거로 날아가기도 한다. 그만큼 후각이나 미각, 청각이 시각만큼이나 힘이 세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중 청각을 통한 향수를 이야기한다. 특정한 노래를 들으면 과거 그 노래와 얽힌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일이 있다. 나에게는 대학생 시절에 들었던 노래들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 남아있는데 남동생과 함께 열렬한 팬이었던 015B(무한궤도)의 노래들을 들으면 가장 풋풋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요즘 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과거의 노래나 의상이 다시 유행하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가수들 노래의 제목만 들어도 가사가 생각나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노래로 하나가 되기도 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사실 대중가요를 좋아했던 시기가 그리 길지 않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가수들도 많이 나왔다. 11월, 신촌블루스, 조동진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노래들은 익숙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가장 열광했던 이들은 푸른하늘, 신해철, 015B 같은 그나마 이 책에 소개된 후반기의 가수들이다. 신승훈이나 이승철과 같은 대 가수들보다는 왠지 남들이 잘 모를 것 같은 가수들, 하지만 뒤에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이적과 같은 가수들의 노래가 더 좋다.
이 책은 이승환에서 멈춰 있다. 사실 나는 그 뒤에 나온 서태지와 아이들, 클론, 듀스, 거북이 이런 그룹들을 더 좋아했다. 나보다 조금 전 세대들은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더 깊이 공감할 것 같다. 하지만 읽는 동안 과거 어려운 시절을 지내왔던 가수들의 열정과 음악 사랑이 느껴져 뭉클했다. 이 책에 소개된 노래들을 다시 차근차근 들으며 추억에 잠기고 싶다.
-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의 폭압적 상황에서 김민기는 자신의 동요 뮤지컬 <개똥벌레 이야기>를 음반으로 제작하기 위해 녹음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단지 김민기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심의에서 탈락되고 말았다. 이에 김민기는 서울대 메아리, 이화여대 한소리, 고려대 노래얼, 성균관대 노래사랑 재학생들로 구성된 노래모임 ‘새벽’에 음반 기획을 제안하면서 노찾사의 태동이 시작된다. (164쪽)
- 개발은 어절 수 없이 추억을 황폐화시킨다.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는 그 시절의 춘천을 기억 속에 담아둔 빛바랜, 하지만 선명한 사진이다. 김현철은 훗날 그 노래는 춘천에 가 보지도 않고 쓴 노래라고 고백했지만 그러나 어떠랴? 그만큼 들을 때마다 그 시절의 춘천을 절절하게 그리게 되는 노래는 단연코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여전히 <춘천 가는 기차>를 들으며 그 시절의 춘천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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