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 시애틀 추장의 꿈
시애틀 추장 지음, 엘리 기퍼드.마이클 쿡.워렌 제퍼슨 엮음, 이상 옮김 / 가갸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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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90036470

 

  콜럼부스 아메리카 발견 이후 300년이 지난 1792, 유럽 탐험가들이 처음 퓨젓사운드만에 배를 타고 왔을 때 시애틀 추장은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이후 73년 동안 궤멸상태에 이른 이들 인디언은 결국 보호구역에 수용됩니다. 수천 년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원주민 문화가 파멸에 이른 것입니다. (14-15) 미국 개척 시절 깃발만 꽂으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평화롭게 살아온 원주민들의 권리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살아온 땅을 송두리째 뺏기고 척박한 곳으로 쫓겨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생각해 보면 마음이 아립니다. 우리도 그런 아픈 역사를 지녔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시애틀 추장은 전쟁을 해서라도 뺏기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의 혈기를 누르고 원주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그는 조약 당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연설문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여생을 보낼 것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는다. 인디언들의 밤은 칠흑같이 어두울 것이다. 지평선 위에는 단 하나의 별빛도 보이지 않는다. 슬픈 바람소리만이 멀리서 흐느껴 운다.” (29) 이 책은 그의 일생과 연설을 담고 있습니다.

 

  귀족으로 태어나 20대에 이미 두 부족을 아우르는 추장 자리에 올랐다는 시애틀은 세월이 흘러 약해 가는 부족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살폈을 것입니다. 결국 자신들이 대대로 살아오던 땅을 백인들에게 내어주고 보호구역에 남게 되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쓰라렸을까요? 끝까지 싸웠다면 전멸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습니다. 자연을 형제처럼 여겼던 그들의 정신은 길이 남아 물질 문명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교훈과 감동을 줄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야 비로소 시애틀이라는 지명이 이 추장의 이름을 딴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위작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본으로 읽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책은 소중한 지인의 가족이 새롭게 출판사를 차리고 세 번째로 펴낸 작품입니다. 선물로 주신 지인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1900년이 되면 수천 년을 이어온 풍부하고 다채로운 원주민 문화는 이미 파멸의 벼랑 끝에 서게 된다. 그렇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시애틀 주장의 지도력은 성공적이었다. 그의 부족은 백인 이웃들과 전쟁을 치르지 않았으며, 부족으로서 오늘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의 문화 대부분은 온전히 보존되었다. 그들은 퓨젓사운드 인근 수천 에이커의 땅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고, 부족 지도자는 그 지역 원주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력을 행사한다. (15쪽)



-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가 조가비 가득 널린 바닷가를 뒤덮듯, 우리 부족이 온 대지를 가득 메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버렸고, 부족의 위대함도 이제는 거의 잊혀졌다. 나는 우리의 때이른 쇠락을 슬퍼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몰락을 재촉했다 하여 백인 형제들을 비난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도 비난받아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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