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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ㅣ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 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84821470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오기 전 즐겨 가던 도서관에 간만에 들르게 되었다. 하도 오랜만이라 구조가 낯설 정도였다. 나이 많은 도서관의 좋은 점은 지금은 절판된 좋은 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도 지금은 절판되어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헌책으로 겨우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오랜 세월 외침을 받으면서도 찬란한 문화를 발전시켜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고전을 읽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좋은 생각들을 섭렵하고, 사색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수많은 글을 쏟아낸 우리 조상들.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외면당해 온 이분들의 글을 이 책을 통해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외국 고전에 가려져 있던 우리나라의 고전도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니,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의 고전을 몇 권 주문했다.
지금 우리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찾아 읽고, 끊임없이 글을 쓰는 것처럼 조선 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도 지금과 같다.
글은 곧 그 사람의 얼굴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고스란히 글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늘 ‘글 재료’이라고 쓴 책자에 쓰고 싶은 글이 있을 때마다 적어 두라는 홍길주님의 조언을 읽으며 오래 전 좋은 글을 쓸 재료를 찾기 위해 고민했던 조상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이 살아 있어야 그 사회가 살아남을 수 있다. 역사 속 분서갱유 이후 쇠퇴해 갔던 대국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신의 정수가 바로 책이고 글이다. 좋은 글을 읽고, 사색하고, 글로 남기는 일은 역사가 계속되는 한 멈추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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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전하기를 구양수는 글을 지을 때, 짧은 글일지라도 다시 고친 것이 많다고 한다. 그는 저술하고 창작하는 일에 있어서 궁색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전하는 이 기록 또한 하나의 증거가 될 만하다. 시험 삼아 두 가지 판본을 가져다 비교해 보면, 그 자세함과 간략함, 버림과 취함의 뜻과 간략하게 다듬고 고친 흔적의 공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뜻을 두루 펼치고 순서를 공정하게 해, 옛것을 들어내고 새것을 거울삼아 글 짓는 방법을 깨달았다는 말은 바로 이 같은 일을 두고 이르는 것이다. - 김창협, <<농암잡지>> ‘외편’ (108-109쪽)
- 글을 쓰려고 한다면 반드시 먼저 세상을 다스리는 경학을 읽어서, 문장의 기초와 뿌리를 단단하게 세워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역사 관련 서적들을 두루 공부하여 나라와 개인이 흥망성쇠 하는 근원을 알아내야 하고, 일상생활에 유용한 실용 학문에도 힘을 쏟아 옛사람들이 남겨 놓은 경제서를 즐겨 읽어야 한다. 마음속에 항상 모든 백성을 보살피고 모든 사물을 기르려는 생각을 품음 후에야, 글을 읽은 참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 정약용, <<다산시문집>> ‘두 아들에게 부쳐’ (127-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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