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84156923

 

  몇 년 전 <향수>라는 영화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독특한 연쇄 살인자의 범행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사람이 향기에 도취되는 부분이 너무 의외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얼마 전 <<깊이에의 강요>><<좀머 씨 이야기>>를 읽고 쥐스킨트라는 작가의 매력에 사로잡혀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영화와 책이 거의 비슷했다. 가장 냄새나는 곳에서 태어난 냄새 없는 그르누이는 고아로 자라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살아남아 온갖 냄새들을 느끼며 자라 간다. 일반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냄새에 지나치게 민감한 그는 멀리서 풍겨 오는 향기에도 반응하는 신기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냄새가 없는 자신의 몸에 콤플렉스를 느낀 그는 향수 가게에서 일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의 향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어낸다. 뿌리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애처롭게 느끼게 하기도 하는 용도별 향수였다.

 

  향수의 재료가 되는 에센스의 추출법을 배운 그는 오랫동안 산 속 동굴에 살며 기이한 삶을 살다가 다시 사람들의 세상으로 내려온다. 유리나 손잡이, 심지어 돌에서까지 그 냄새를 추출해내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과제가 생기는데 아름다운 향기를 발하는 여성들의 향기로 향수를 만드는 것이다.

 

  끔찍한 발상을 그는 좋은 향기를 얻기 위한 장인정신에 가까운 필수 과정으로 여기다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목적을 달성한 후 그는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아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향수를 만들어내지만 어떤 일이든 달성한 후 찾아오는 허무감이 그를 사로잡게 되고 어이없는 결말을 맞게 된다.

 

  황당하기만 한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게 만드는 건 역자의 말처럼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이다. 향수를 만드는 장면, 냄새를 느끼는 묘사가 너무 생생하고 멋지게 그려져 있다. 영화를 보며 이상하게 여겼던 장면들이 책을 통해 이해 되었다. 쥐스킨트의 책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주인공들을 보며 작가의 삶과 연관시킬 수 있었다. 독일인인데도 향수의 본고장 프랑스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써야 했던 그는 혼자 얼마나 고민하고 연구했을지 상상할 수 있다. 집필하는 동안 벽에 유럽 지도를 붙여 놓았었다니 뛰어난 작품을 위한 작가의 노력이 느껴진다.

 

 

 

- 그녀의 향기의 마법에 걸리면 속수무책으로 그녀에게 사로잡히면서도 그 이유조차 제대로 모를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이란 멍청하기 이를 데 없어서 코를 숨 쉬는 데에만 이용할 뿐 모든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들이 그녀에게 굴복하는 것은 단지 그녀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그리고 품위 때문이라고 말하겠지. 그리곤 자신들의 한계 속에서 그녀의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칭찬하겠지. (259-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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