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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랑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47800075
시집을 읽으면 그 시인이 지니는 시적 감성이 느껴집니다. 어떤 시인은 슬프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어떤 시인은 달콤 말랑합니다. 이 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움과 처절함을 친구이자 적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처절함이 어디에서 왔을까 자꾸 알고 싶어집니다. 어떤 일들을 겪었기에 이런 시들을 쏟아냈을까, 하고요.
그런데도 시어들이나 문장이 너무 멋집니다. 그렇게 멋질 수가 없습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슬픈데도 자꾸 읽고 싶어지는 시들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겪는 수많은 일들,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면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조건 밝은 면만 보는 사람은 낙천주의자라면 어두운 면만 보는 사람은 염세주의라고 하겠지요?이분법적으로만 본다면 염세주의에 가까운 이 시인의 시에 끌리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마도 시인의 슬픔을 함께 아파하는 동안 시인이 시를 쓰면서 해소했을 아픔들을 느끼며 함께 위로를 받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수십 년 전에 씌인 시들을 읽으며 오늘날 감동받고 공감하는 이유는 아마도 시대는 다르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과 고뇌의 모습은 비슷하기 때문이겠지요? 이 시인처럼 멋진 문장들로 시를 쓰고 싶습니다.시를 쓰며 나의 기쁨을 나누고, 아픔을 삭이고 싶습니다. 내 시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어집니다.
- 삼십세 (30쪽)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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