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32729231


  독어권 나라에서 모노드라마로 무대에 자주 오른다는 이 짧은 소설은<<향수>>, <<좀머 씨 이야기>>를 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입니다쥐스킨트의 문장이 고급스럽고단순한 소재로도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독특한 설득력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매력이 있어서 요즘 즐겨 읽고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있는 저에게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 주자의 말이 친숙하게 다가온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크기가 크고 흔한 악기가 아니라 어느 오케스트라에서나 각광 받는 콘트라베이스이지만 사실 독주를 하거나 오케스트라에서 화려한 부분을 맡고 있지는 않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전체적은 음을 감싸 하나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국립 오케스트라 베이스 주자인 화자는 공무원이라는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의 입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에 절망을 느낍니다그렇다고 선뜻 사표를 낼 수는 없습니다말 그대로 길바닥에 내몰리기 때문입니다전형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사들을 읽으며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하고엉뚱함에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음악의 역사를 비롯해 연주법과 여러 인물들까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합니다게다가 콘트라베이스를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처럼 느끼기도 합니다결국 독특한 방법으로 고백하러 달려가는 모습에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엉뚱한 희망도 느낍니다우리나라에서도 이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면 보러 가고 싶어집니다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 재즈 밴드에서 베이스가 빠지면 연주음은 – 회화적으로 표현해서 – 폭발음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고 맙니다. (10쪽)

- 콘트라베이스는 인간이 악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이한 악기입니다. (26쪽)

- 저는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인간 사회의 모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세계에서나 그 세계에서나 쓰레기와 관련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게 마련이지요. 더구나 오케스트라의 세계는 인간 사회보다 더 나쁩니다. 왜냐하면 인간 사회에서는 –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 언젠가는 나도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서 꼭대기에서 내 밑의 벌레 같은 것들을 내려다볼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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