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21828508



  사람의 인생사는 어쩌면 소설 속의 이야기보다 더 극적일 수 있다이 책이 소설보다 재미있는 이유는 아마도 한 사람의 진실한 고백이기 때문일 것이다전부인과 이별을 하고 40이 넘도록 혼자 지내던 저자는 어느 날 한 여자를 소개받는다오랜 세월 동안 굳어져 있던 이상형은 아니지만 정신과 의사와 환자 이력이 있는 저자는 왠지 공감대가 형성되기 쉬웠나보다.

 

  남녀가 사귀기 시작할 때 만약 한 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연락하면 어떤 느낌일까자신의 메시지에는 답도 없다가 느닷없이 뭐해요?’ 하고 메시지가 오면 반가울까놀리는 느낌일까충분히 기분이 나쁠만한데도 저자는 계속 끌려 다니듯 연애를 한다.

 

  자신만큼이나 아픔을 지닌 한 여성을 만나고 사귀며 겪는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은 글을 읽으며 독자들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이야기의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실명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름들도 등장하고구체적인 장소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했을 것이다.

 

  여자들은 알 수 없는 남자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인데도 일부러 치밀하게 구성한 것 같은 하나의 구조.지은이의 말처럼 전편 <<보통의 존재>>가 조금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은 유머가 많다공통점이라면 지나치리만치 솔직하다는 것.독자들은 이런 솔직함에 열광하는 것일까아니면 담백한 문체 때문에 좋아하는 것일까?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세계가 넓길 바란다.
내가 들여다볼 곳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눌 것이 있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끔은 세계가 전혀 없는 사람도 있더라.

그러니 상대의 입장에서 내가 품은 세계는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도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한다. (84쪽)

- 형광 조명 아래서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기억보다 수수한 콧대 하며, 분명 그렇게까지 예쁘다는 느낌을 주는 편은 아니었는데 도리어 그것이 나를 기쁘게 했다. 아마도 내게 있어서 담백함이란 최상의 미적 가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도, 성격도, 사람의 얼굴이나 감정도.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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