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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Coffee 위드 커피 - 용혜원 커피시집
용혜원 지음 / 책만드는집 / 2013년 3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20040968
커피를 좋아하시는가?
어렸을
때 엄마 방에서 몰래 맛 본 커피는 과히 맛난 음식이 아니었다.
왜
이런 걸 드실까,
하며
이후로는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었다.
고등학생이
되자 친구들이 잠을 쫓을 요량으로 커피 마시는 걸 따라 먹기 시작했는데,
대학
이후 매일 마신 믹스커피 서너 잔에 속이 쓰렸다.
원두커피라는 건 당시에만 해도 구경하기 어려웠을 뿐더러 내게 커피란 비닐봉지에 든 가루 또는 자판기 커피가 다였다.
초임
시절 저녁 한 끼 때우려고 먹던 버거킹 와퍼주니어 햄버거와 커피로 인해 원두커피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시내 곳곳에 들어오기 시작한 커피전문점을 다니며 한적한 시간을 커피와 함께 보내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일이다.
작년 겨울에 갔던 이탈리아 여행에서 화장실 가려고 마셨던 에스프레소에 맛 들려 한국에 오자마자 구입했던 에스프레소 머신 덕분에 매일 원두커피를
즐기고 있다.
나에게
커피가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해 온 것처럼 시인도 커피와 늘 동행해 오고 있다.
그에게
커피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사랑의
파도가 되기도 한다.
추운 겨울 날 뜨거운 커피를 얼어붙은 손으로 잡고 마셔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뜨겁고
검은 액체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훌륭히 녹일 수 있는지를.
‘커피’
하면
사랑을 떠올리기도 한다.
누군가와의
특별한 시간 마신 커피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결혼과
함께 사랑이 사라지느냐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부부
간에도 서로 사랑이나 관심이 없으면 애정이 지속되기 어려운 법이니까.
우리
부부의 대화를 연결해주는 훌륭한 수단이 커피다.
다
마시지 않아도,
서로의
얼굴을 보며 커피를 앞에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훈훈해진다.
멋진 이웃 블로거 미앙님은 매일 커피 씨에게 편지를 쓰고,
이
시집을 쓴 시인은 커피에 대한 시를 쓴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며 사랑을 속삭이겠지?
그것이
커피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면 결코 느끼지 못할 특별함이 커피에는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걱정은 재배와 수확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적은 돈을 받고 고생하는 것.
커피
한 모금을 마실 때도 감사해야겠다.
- 사랑의 시 (40쪽)
원두커피
향기 가득한
서재에서
한 편의 시를 쓴다
짙은 향기가
온몸에 스며든다
이럴 때는
사랑의 시를
써야 하리라
짙은 향기 나는
사랑의 시를
써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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