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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남미였어 - 생에 단 한 번일지 모를 나의 남아메리카
김동우 지음 / 지식공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16754953
태어난 곳에서 죽을 때까지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인구의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는 셀 수 없이 이사를 다니는 동안 많은 이웃을 만나고 헤어진다. 우리의 인생 자체가 여행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곳에 가고자 하는 열망을 발견한다. 요즘 세태인 노마디즘은 아마 그런 욕구에서 나왔으리라.
한 곳에서 정착해 사는 일은 요즘 세상에 쉽지 않다. 학교를 옮기든 직장을 옮기든 우리는 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 과거, 같은 땅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오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행의 개념도 차츰 변해가는 것 같다. 짬을 내어 몇 박 몇 일 다녀오던 여행은 이제 관광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진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의 저자도 약 300일을 집을 떠나 떠돌아다녔다. 짧지 않은 그 시간 동안 세계를 일주하며 많은 것을 보고, 먹고, 느끼고, 겪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의 수많은 경험을 다 알 수는 없다. 이 책을 통해 순간순간 닥쳤던 그의 상황을 짐작해 볼 뿐이다. 등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던 일들, 낯선 땅에서의 황당한 이발 사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트래킹 등 저자는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여행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패키지 관광으로는 만날 수 없는 살아있는 여행인 셈이다.
평일 오전 혼자 나른한 시간을 보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자유를 느낄까? 아니면 불안감이 엄습해 올까? 직장에서의 승진도, 통장 잔액도 그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그는 떠나야 했다. 가난도, 사회적 고립도, 그에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쉬운 여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중한 그의 경험은 우리에게 대리만족을 줄 뿐 아니라 누군가의 꿈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 읽은 남미 여행 책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맞추픽추에 대한 두 사람의 느낌 차이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 같다.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는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었던 지난 번 책과는 달리 사진으로 본 것 이상이 아니었다니. 이 여행객의 솔직한 말은 사실 충격이기도 했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단지 수없이 보았던 사진의 모습을 보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그 장소가 자신에게 의미하는 바에 따라 느낌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남미 책을 읽다 보면 남미에 가고 싶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가기가 두렵기도 하다. 여행객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 때문이리라.나이가 들수록 배낭여행이 어렵다. 오성급 호텔은 아니어도 간편한 조식이 있는 호텔이 좋고, 사 먹는 기내식보다는 푸짐한 무료 기내식이 더 좋다. 너무 힘든 사람들을 보며 마음 아프기보다는 감탄할 만한 장면들을 보고 싶다. 나는 아직 여행 초보자인 것이다.
나는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든다.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내가 있는 곳에서 늘 보던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본다는 책 말미의 이지상 여행가의 인터뷰 내용에 공감이 간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여행이 되도록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고, 색다른 경험도 해 보고 싶다. 매일이 작은 여행인 인생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23/pimg_762781103129800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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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에서 가이드북을 꺼내 눈알을 굴리는 순간 표적이 되기 쉬웠고, 초보 여행자 티를 내고 싶지도 않았다. 낯선 곳에서 당하지 않으려면 하루 계획 정도는 확실히 세우고 끝없이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100쪽) - 숙소에는 또 다른 일본인 여행자 이지상도 있었다. 그는 아케미상과 비슷한 나이였는데 직업은 화가였다. 파타고니아가 좋아 벌써 몇 번째 이곳을 방문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지상은 파타고니아를 캔버스에 담다 여비가 떨어지면 일본에 돌아가 돈을 벌어 여행을 이어 나간다고 했는데, 파타고니아가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든다고 했다. (198-199쪽) -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잇는 사람은 없다. 삶의 본질 중 하나는 선택이다. 삶은 매 순간 선택을 강요한다. 그리고 결정이란 이름으로 어쩔 수 없이 한쪽에 손을 들어줘야 한다. 이분법적 사고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결정의 대부분은 양자택일의 모습이었다.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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