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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06954592
며칠 전 파주 북소리에서 백영옥 작가를 처음 만났다. 인터넷으로 그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만난 그녀는 사진으로 만난 것보다 훨씬 진솔해 보여서 좋았다. 오래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 된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자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스타일>>은 당시 소설을 즐겨 읽지 않던 나에게 엄청난 재미를 주었었다. 오는 길에 주문했던 책이 오늘 도착했기에 박스를 열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는데 다시 읽다 보니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소설을 쓰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 게 이 책을 읽고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자라면 한 번쯤 꿈꿔 보는 패션에디터, 물론 그네들의 삶은 우리의 상상과는 다를 것이다. 고급 옷이나 가방, 구두를 신고, 유명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사진 찍는 화려한 삶이 아니라 밤늦게까지 파김치가 되도록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섭외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스토커 소리를 듣기도 하고, 잡다한 소품들을 나르느라 몸을 쓰는 힘든 직업 중 하나임을 이 책을 읽으니 조금은 알겠다.
일에 찌들어 사느라 연애도 잊은 서른 한 살 싱글여성은 늘 외롭다. 담배와 일, 커피, 그리고 다이어트가 머릿속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느라 연애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회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사를 요구하고, 마감시간을 보내면 또 다른 마감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현대 직장인들의 모습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내용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주인공 이서정이 가진 이중적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기부도 하고 싶지만 비싼 물건도 갖고 싶은 것.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지만 나 자신도 소중한 아이러니는 누구나 가진 딜레마가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더 공감하는지도 모른다. 몇 초 간격으로 미소를 번지게 만드는 유머와 일관된 주인공의 다이어트 노력, 어설픈 연애, 그리고 경력을 쌓기 위한 고군분투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작가의 중학생 시절, 모나미 볼펜으로 눌러썼다는 연애소설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여러 명이 보려고 공책을 나누고, 다음 이야기 빨리 쓰라고 재촉했다는 당시 그녀의 친구들처럼 나도 그녀가 쓴 이 소설 속 연애 이야기가 재미있다.


- 벚꽃의 망울이 팝콘처럼 부풀어 톡톡 터지기 시작했다. (13쪽) - 어차피 우린 편견을 통해 이 세상을 다시 구성해 나간다. 20대엔 새로운 편견을 수집하기 위해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리고 30대부터는 그 사소한 편견들을 점점 확신하고 강화해간다.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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