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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자유가 필요해 - 낭랑 오십 해직 기자 미친 척 남미로 떠나다
우장균 지음 / 북플래닛(BookPlanet) / 2015년 10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11632045
이미 사람들이 많이 가 본 곳은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잃는 것 같다. 남들이 하는 건 다 해 보고자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누가 다녀왔다고 하면 그곳에 몰려가는 성향이 있다. 사실 그렇게 가야 안전하기도 하고, 좋은 볼거리를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예측하지 않고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들인지도 모른다. 그것들이 진정한 추억이 되니까 말이다.
남미는 그동안 우리에게 미지의 땅이었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처럼 가 보지는 않았어도 익숙한 나라들이 인기 여행지로 주를 이루었고, 남미를 여행하고 왔다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금까지는. 여행하기 어렵다는 인도나 터키도 많은 사람들로 인해 멋진 여행지로 널리 알려진지 오래다. 요즘 들어 새로운 여행지를 개척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남미로 가나보다. 남미에 대한 여행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걸로 봐서 말이다. 이제 이곳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 되겠지?
해직기자였던 저자는 직장을 잃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소설을 쓰며 지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함께 해직되었던 후배와 함께 남미로 훌쩍 떠나게 된다. 가장으로 살아온 긴 시간 동안 그에게 진정한 자유가 얼마나 있었을까? 그에게 여행은 단순한 쉼이 아닌 목말랐던 자유에의 해갈이리라.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고, 먹고, 잠을 자고, 이별하고, 또 새로운 곳에 가는 것. 일상에서는 흔치 않은 경험이지만 여행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눈을 황홀하게 하는 아름다운 경치와 이국적인 거리를 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건 여행자들의 특권이다.
이 책에는 가는 곳들에 얽힌 이야기나 역사의 한 페이지가 함께 나와 읽는 재미를 더했다. 50을 넘긴 저자의 인생 이야기도 흥미롭다.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여행의 장점 중 하나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 중 인상적인 것이 전설 속에 사라져버린 잉카 문명이다. 그들은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지만 문자가 없어 역사로 남기지 못했다. 문자로 기록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다.어떤 사람은 여행을 다녀와 컴퓨터에 사진파일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내지만 어떤 사람은 이렇게 책을 써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눈다. 여행 책을 읽으며 엉뚱하게도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다.
- 척박한 사막에 버려진 이 기차의 무덤은 제국주의 약탈의 역사를 증언하는 유물이다. 1880년대 말 유럽인들은 볼리비아의 구리와 주석을 운반하기 위해 우유니 마을에 철도를 건설했다. 그로부터 100년도 채 되지 않은 20세기 중반, 유럽인들은 자원이 고갈되자 늙어서 쓸모없어질 사냥개를 유기하듯 철로와 기차를 버려둔 채 유럽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우유니 역도 원래는 광물 수송을 위해 세워졌다. (57-58쪽) - "잉카 문명은 4가지가 없다고 하잖아. 문자, 철기, 바퀴, 화약. 그런데 그 가운데 문자가 없었던 것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것 같아." 한 나라의 운명을 걸고 전쟁을 벌이는데, 정보를 말로 전달하는 것과 문자로 전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잉카 제국의 흥망사도 잉카인들이 아니라, 이들을 멸망으로 이끈 스페인 정복자들이 그들의 문자로 남긴 것이 대부분이다. (233쪽) - 마침내 세상이 가장 두려워하던 혁명가가 적의 손아귀에 허무하게 넘어가고 만다. 사로잡힌 게릴라 대장은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20세기를 살았던 가장 성숙하고 완벽한 인간’이라고 칭송한 체게바라였다.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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