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05277726
얼마 전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이 책을 구입했다. 두 권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영화를 봐서인지, 현재형으로 진술하듯 쉽게 써 내려간 덕분인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독특하게도, 세 명의 화자가 돌아가며 두세 챕터를 나누어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이기도 했던 이 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건 진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다.
몇 십년 전 아직 서로 다른 출입구로 건물에 들어가고, 음식점에서 같은 자리에 앉지도 못하던 시절을 살았던 흑인 여성들이 선택한 최선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공식적으로는 노예제가 철폐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녀들은 백인의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었다.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집 바깥에 가정부용 화장실을 따로 만든 것을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인 양 거들먹거리는 콧대 높은 백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현재의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갑의 입장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본연의 모습은 우리를 질리게 하지 않는가?
이 책이 나온 것은 불과 얼마 전인데도 저자가 수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출판을 거절 당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지금은 평범해 보이는 미국 사회지만 아직 남아있는 인종간의 갈등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가정부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가족처럼 지낸 가정들이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이 책을 통해 그런 사람들이 오해받지 않을지 저자는 걱정했다. 흑인 금지 구역에 갔다는 것만으로 폭행을 당하던 사건은 과거 비일비재했던 모양이다. 작가는 그런 과거를 잊지 말자는 의도에서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허구라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자전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 역시 갓 태어났을 때부터 돌봐주던 가정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지 않듯,당시에 있었을 법한 인종 차별적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영화화 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책 이후에도 경찰의 과잉진압에 죽어 가는 흑인들이 있다. 재미있는 스토리이기도 하지만 점점 글로벌화 되어가고 다문화 사회로 변해 가는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사람은 모두 같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다른 사람과 나를 나누는(갑을)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은 사실상 우리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아이빌린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스스로 선을 그어두고 있지 않는가?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못 가는 곳이야.’ 이 책은 스스로 선을 긋고 자신을 가둔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도 한다.
- 내가 단화를 벗고 포치 계단을 내려가자 어머니는 백선이나 뇌염에 걸릴지 모른다며 얼른 구두를 신으라고 소리친다. 구두를 신는다고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남편이 있다고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1권 100쪽) - 나는 벤 프랭클린 잡화점에 들러 필기판과 2호 연필 한 상자, 표지가 푸른 천으로 된 공책 한 권을 산다. 칼럼의 첫 마감일이 내일이다. 골든 씨의 책상에 두시까지는 올려놓아야 한다. (1권 152쪽) - 아이빌린은 입을 앙다물고 자기가 쓴 글을 내려다본다. 이전에 보지 못한 표정이 감돈다. 기대감, 흥분의 빛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만 몰두해 있느라 뉴욕 편집자가 자기 이야기를 읽는다는 사실에 아이빌린 역시 나처럼 설렐 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나는 웃으며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희망은 더 강해진다. (1권 26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