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73102693


  이 책을 몇 년 전에 불편한 마음으로 읽은 적이 있다당시 내 아이들은 어렸고청소년들이 어떤 갈등을 겪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이번에 디지털대학교 강의를 들으면서 청소년도서 목록에 있는 걸 보고 과제도 할 겸 다시 읽게 되었다그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을 갈등과 고민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친어머니를 슬프게 잃고사회적으로는 꽤 괜찮아 보이는 새엄마를 얻은 후 말문을 닫아버린 소년은 자신의 영역을 점점 옥죄어 오는 그녀로 인해 늘 주눅 들어 지내고 있었다심지어 집에서 밥 먹기 싫어 빵으로 아침저녁을 해결하는 안쓰러운 그는 어느 날 얼토당토않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하기에 이른다늘 단골로 빵을 사 먹던 24시간 빵집에 몸을 숨긴 후 그곳에 은둔하며 결코 다정하다고 볼 수 없는 점장과 의문의 소녀와 지낸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숨어버리는 사춘기사소한 모든 것들이 고민의 대상이고자신이 누구인지가족 속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끊임없이 걱정하고 고민하는 시기이다그나마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면서혹은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그들에게 만약 친구마저 없다면 그야말로 지옥 같은 삶일 것이다.

 

  아버지에게서조차 따스한 말 한 마디 듣지 못한 그는 외톨이가 따로 없었다그런 그에게 점장과 소녀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역할을 하고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었으리라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잔소리만 하기 보다는 마음을 알아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리고 우리 아이뿐 아니라 아이들의 친구또 다른 주위 청소년들에게도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마법이 등장하는 황당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오죽하면 마법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마법으로라도 되돌리고 싶은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제과점 남자와 나의 공통점은 입만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 거였다. 우리 둘 다 몸속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풀려 있다는 걸.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그에게 호기심 내지는 동질감이 생겼다. (18쪽)

- 처음에는 분명 몸을 피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이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가 굽는 빵의 결마다 사람들의 어떤 욕망이 배어 있는지, 그 위에 얹어놓은 잼마다 어떤 악의가 끈적하게 매달려 있는지. (115쪽)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200-20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