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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일상의 황홀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58225600
“이 세상에서 부족한 것은 기적이 아니다. 부족한 것은 감탄이다.”
- 영국 작가 G.K.체스터턴 (269쪽)
어린 시절 일기 안 써 보신 분들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이야 인권 침해다 뭐다 해서 학교에서 일기 검사를 하는 일이 줄었지만 과거 일기쓰기는 최고의 숙제 중 하나였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일기를 참 열심히 썼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6년 동안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권유 때문에 썼지만 중학교 때는 나만의 감수성으로 썼습니다.물론 강제력이 사라진 후 일기는 주기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 당시의 일기장을 꺼내 보면 닭살이 돋기도 하고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고, 첫 아이 낳고 잠깐 육아일기를 쓴 것 외에는 일기를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블로그에 매일 글 한 편씩을 올리고는 있지만 일기보다는 책이나 영화 본 것 위주로 씁니다. 평소에 존경하던 구본형님의 일기를 지혜의 숲에 왔다가 발견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생전에 매년 책 한 권씩 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셨습니다. 그의 글은 기존의 자기계발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멋스러움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것 같은 글들이라고나 할까요? 아마도 책만큼이나 멋진 삶을 살았기에 글에 녹아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있었던 일로, 생각한 것들로 매일 채워나갔을 그의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들추는 내내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젊은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눈이 빛나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뒹굴며 책을 읽고, 북한산을 올랐을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북한산 자락에서 텃밭에 농사지으며 여유롭게 사색하며 지냈던 그의 삶이 나의 꿈이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오래 살다 가셨으면 얼마나 좋은 책들을 더 세상에 내놓았을까, 참 아쉬운 마음입니다.
저자는 하루의 시작을 노트북을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새벽에 글쓰기를 오랜 기간 계속해 온 그에게 하루의 시작이 글쓰기인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올빼미라 새벽시간에 가장 취약한 상태인 나로서는 참 따라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좀 더 나이가 들어 아침잠이 없어진다면 가능할까요? 하지만 일기쓰기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블로그에만이 아니라 개인일기를 써야겠습니다. 나만의 개인 역사가 될 테니까요.


- 누군가가 "신의 선물은 늘 어려움과 문제라는 포장지에 싸여 있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합니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잘 생각나지 않아요. 선물이 클수록 그 선물을 싼 고통과 문제라는 포장지도 그만큼 더 크답니다. (19쪽) -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시작했던 그때로 돌아갈 것. 아무 것도 아니었던 때, 신인이었던 때로 돌아갈 것. 늘 신인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단지 자신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을 슬퍼할 것. (40쪽) - 글쓰기와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내 생각을 몇 개 나누었습니다. 첫째는 우선 마음속에 간절히 쓰고 싶은 것이 있어야 표현에 힘이 실립니다. … 둘째는 많이 읽어야 합니다. 많이 읽어야 많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언어와 자신만의 표현 방식이 형성됩니다. … 셋째는 많이 써보아야 합니다. 매년 책을 한 권씩 낼 수 있었던 것은 책 자체가 실험이고 배움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컬하지만 불완전한 책을 내는 것이 바로 내가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넷째는 영원히 초보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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