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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47950869
사람은 본래 선할까, 악할까? 이 책에 앞서 15소년 표류기라는 비슷한 책이 있었다. 그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아이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라고 들었다. 패러디의 성질을 띠는 이 책 전에 <<산호섬>>-R.M. 밸런타인-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랠프와 잭이 그 책의 주인공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전에 제시된 고립된 속에서 인간이 선하게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원래의 본질은 악하다는 것을 반증하기 위해 씌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오래 전 영화로 만난 적 있었던 노벨상 수상작가의 이 작품을 숙제처럼 ‘읽어야지’하고 있다가 얼마 전 헌책방에서 산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곱씹으며 읽었다. 영화와 조금은 다르지만 거의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었다. 핵폭탄을 피해 소년들을 수송하던 비행기가 격추되면서 무인도에 남겨진 소년들은 처음에 랠프를 중심으로 나름의 질서를 형성해 살아가기 시작한다. 문명에서 온 것이라고는 그들이 입은 옷가지와 안경 정도가 다인 그들은 먹을 것도, 잠잘 곳도 모두 자연에서 해결해야 했다. 고기가 먹고 싶어진 그들은 어느새 사냥팀을 만들게 되고 이들은 사냥을 시작하면서 점점 난폭하게 변해 간다.
사람으로서의 이성을 갖추고 구조될 날만을 기다리며 모닥불을 피우던 랠프는 사냥팀을 이끌던 잭과 맞서기 시작한다. 고기 맛을 본 아이들은 하나둘씩 잭에게 넘어가는데 랠프는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고립된 채 광기를 번득이는 오랑캐로 변해버린 동료들을 보면서 랠프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자신도 변할까 두려워하는 마음과 동시에 자신을 쫓는 무리들에 대한 공포로 마지막의 긴장감은 절정에 달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그 속에 있었다면 누구를 따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구조될 것을 알았다면 잭이 그렇게 변했을까? 그건 마치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앞잡이로 살아가던 사람들과 닮아 있다. 그들이 해방될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무자비하게 동족을 못살게 굴진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끝이 있기 마련이다. 무슨 일을 하든 마지막을 생각하고, 대비해야겠다. 아무리 극한 상황에서라도 사람으로서의 도리는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


- 잭은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축축한 땅 위에 거의 코가 닿을 지경으로 단거리선수처럼 앞으로 구부리고 있었다. 나무줄기와 그 나무줄기를 휘감고 있는 덩굴은 30피트 높이에서 초록색 어둠 속으로 파묻혀 있었다. 주위엔 온통 잔 나무덩굴이 무성했다. 오솔길이라고 꼬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는 희미한 길자국이 나 있을 뿐이었다. 즉 쪼개진 잔가지와 말굽의 한쪽이 흐릿하게 찍혀 있을 뿐이었다. 즉 쪼개진 잔가지와 발굽의 한쪽이 흐릿하게 찍혀 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턱을 낮추고 마치 발자국에게 얘기라도 강요하듯이 발자국을 골똘히 노려보았다. (67쪽) - 그들은 다시 산의 비탈을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어둠이 조수처럼 밀려오는 것 같았다. 아무 말도 없었던 잭이 숨이 막힌 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일진의 바람이 불어 닥쳐 셋이 모두 사레가 들렸다. 랠프의 눈은 눈물로 가려졌다. (179쪽) - 덩굴이 흔들리자 파리떼는 음침한 윙윙 소리를 내며 창자에서 날아오르더니 다시 그 자리로 육중하게 내려앉았다. 사이먼은 일어섰다. 주위에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별난 빛이 떠돌고 있었다. <파리대왕>은 검은 공처럼 작대기에 꽂혀 있었다.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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