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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하는 엄마 - 엄마, 그녀 자신이 되다
송수정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47945122
우리나라 여자들의 교육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학교에서 보면 여자 아이들이 더 야무지고 악착같이 공부하는 경향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자아이들의 성적이 대체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물론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요즘 들어 요직에 시험을 쳐 당당히 합격하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육아를 책임지게 되면서 그간 쌓아 온 학력이나 경력이 그대로 사장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굳이 집에서 아이만 키우는 엄마가 줄어들긴 했지만 지금도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활이 적성에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살림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분들도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울증에 빠지거나 무기력하게 시간만 보내는 여성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아이들이나 살림살이에만 묻혀 지내기보다 자기만의 소일거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도 소위 말하는 배운 사람들입니다. 미술을 전공하거나 패션잡지 에디터를 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아이를 키우며 집에 머무는 동안 과거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고자 하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들은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입니다. 양초를 만들거나,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일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가방을 만드는 이도 있고, 일러스트 작가가 된 이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 가정이자 일터인 집안에 자신의 작업실을 갖는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도 자신만의 작업실을 가져야 함을 역설합니다. 이처럼 이들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은 물론이고 저마다의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며칠 전 모델하우스에 다녀온 후 집 구조를 이리저리 바꾸면서 보람을 느꼈던 일이 떠오릅니다. 가구를 옮기는 일은 당시에는 힘이 들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 방을 보고 그 안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새로 시작하기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집에서 일을 해서 밖에서 인정을 받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자기가 즐거운 마음으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해 본다는 건 인생에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울한 엄마보다는 활기찬 엄마가 아이에게 더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 ‘그래, 이렇게 언제까지고 내 스트레스의 해소를 남편에게만 의존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지. 혹시 아파트가 나와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 방학마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종일 마당과 앞산을 오가며 생전 처음 보는 열매도 따 먹어보고, 밭에서 감자도 캐고, 그렇게 지냈을 때는 정말 행복했는데. 내가 이렇게 우울한데, 아이는 행복할까? 아이도 나처럼 자연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이 마구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남편도 아내가 이런 상황을, 아내가 자주 우울한 얼굴로 창밖만 쳐다보는 그런 생활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다면 이사를 가든 무엇이든 시도해보자는 입장이어서, 그날로부터 당장 자그마하더라도 마당이 딸린 집이라면 어디라도 좋다는 심정으로 집을 찾아 나섰다. 몇 달을 찾아 헤맨 끝에 서울로의 접근성도 나쁘지 않고, 생각보다 마당도 넓은 전셋집을 찾아 꿈에 그리던 이사를 했다. (129-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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