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18086016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있다. <스틸 앨리스>나 <메이즈 러너등 셀 수 없을 정도이다이 책도 <내 심장을 쏴라>의 동명 소설 원작이다. <<28>>,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가 폐쇄병동에 가서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 그런지 상상만 했던 그곳의 상황을 책을 통해서나마 실감나게 접할 수 있었다.

 

  영화로 먼저 만나 봤기 때문에 읽는 동안 영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영화와 비슷하다영화로 본데다가 정유정 작가 특유의 빠르면서도 재기 발랄한 문장들을 읽는 재미에 책이 술술 넘어갔다.

 

  내용 중 정신이 온전치 못해서 정신병원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상인데 정신병원에 들어와 온전치 못하게 되기도 한다는 말이 나온다승민이 바로 두 번째 경우이다재벌 집안의 숨겨진 아들인 그는 재산상속 문제에 휘말려 감금되다시피 수리 정신병원에 들어오게 되었다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이들로 구성된 병원에서는 별의 별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진다이들의 범상치 않은 말과 행동에 웃음을 지으면서도 왠지 마음 한편이 짠했다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위만 보면 이성을 잃는 수명은 마음 속 트라우마를 지닌 채 자신의 욕구를 내세우지 않고자신이 누구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채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려 한다감금된 곳에서 해방되어 하늘을 날고 싶은 승민을 만나면서 수명은 자신을 서서히 찾아가게 된다.

 

  어딘가에 갇혀 남들이 세워 놓은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며정해진 것을 먹고지정된 곳에서 잠을 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가끔은 약을 먹고,전기 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살아간다면 왠지 정상인 사람도 비정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격리된 환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그곳에서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 또한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는 것 같다.상식이 통하지 않는 그 곳에서 작은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소박한 휴먼드라마를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아프면서도 따스해졌다.

 

- 퇴원하던 날부터 아버지는 나를 달달 볶았다.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주소 하나를 불러주더니 등기소에 가서 등기부등본을 복사해 오라고 했다. … 은행에 가서 세금도 냈다. 마트에 가서 장을 봤으며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식탁에 마주 앉은 후에는 어땠던가. 아버지는 밥을 먹고 나는 욕을 먹었다. (14쪽)

- "뭐하시나?" 뒤에 서 있던 점박이가 가뜩이나 아픈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안으로 들어서자 등 뒤에서 묵직하고 단호한 소리가 울렸다. 딸까. 철문의 자동 잠금장치가 작동되는 소리였다. 세상의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아버지가 언행일치라는 미덕을 구현한다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내 앞에는 어둡고 긴 복도가 놓여 있었다. 발가락을 한껏 오그리고 걸음을 뗐다. 바닥이 기분 나쁘게 미끈거리고 선득했다. 점박이는 내 오른편 어깨 뒤에 붙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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