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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사회와 문화 - 식민지 조선의 삶과 근대 ㅣ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10
이준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역사비평사 / 2014년 7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06107393
요즘 들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더 관심이 생겼다.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책 내용이 좋아 구입하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를 사정 없이 지배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자세히 읽으니 당시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과 일본인간에 불평등한 잣대로 임금을 주고, 높은 이자를 물려 기른 농작물을 몽땅 갖다 바치고도 빚이 늘어 초근목피로 생활하다 못해 야반도주하던 우리 조상들. 그것도 모자라 처음에는 우민화 정책으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게 하다가 식민지 교육을 위해 보통학교를 설립하고, 전쟁이 일어나자 자녀들을 징용, 징병, 위안부로 데려갔던 사실들을 사과하기는커녕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떼니 현재를 사는 우리도 울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이 일본 구주탄광에 강제징용으로 갔던 어린 징용자가 굶주림에 못 이겨 부모와 고향을 그리며 탄광 벽에 적은 낙서(136쪽)인데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이 맺혔다. 내 아이가 만약 그렇게 끌려가 굶주림 속에 고생하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혼자 살겠다고 일제에 붙어 앞잡이 노릇을 하며 호의호식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방 이후 오히려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일본만 나쁘다고 할 것도 없다. 힘없는 사람들은 이래도, 저래도, 어렵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와중에 전쟁까지 났으니 당시를 살았던 조상들은 우리 역사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으리라. 그분들이 바로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오래지 않은 과거에 있었던 끔찍한 일들을 잊지 말아야겠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들도 많음을 알게 되었다. 간도 대학살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일을 우리도 중국인들에게 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일본만 욕할 게 아니라 우리가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을 차별한 것도 반성할 일이다. 대신 다시는 과거와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한다고 알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도 정확히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개인이나 국가가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일제강점기 사회주의자 가운데는 민족이나 계급에 대한 고민만 접었다면 남들보다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을 엘리트가 많았다. 무엇이 그들을 죽음까지 무릅쓰고 민족운동에 헌신하게 했을까? 그들이 바란 것은 결국 인간해방이었다.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일제의 모진 탄압 아래서도 민족해방과 계급해방의 신념을 잃지 않았다. 언제 경찰에 체포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도 그들을 지탱해준 것은 민족이나 계급에 따른 차별·억압·착취를 없앤 사회,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사회에 대한 희망이었다. (167쪽) - 1930년대 초 근우회가 해산된 이후 신여성은 더 이상 민족운동이나 여성운동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신여성의 자리는 ‘모던 걸’이 대신했다. 모던 걸은 소비자본주의의 주체였다. 신여성에서 모던 걸로의 변화는 계몽적 지식인으로서의 여성이 백화점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 소비, 그리고 영화로 상징되는 대중문화에 집착하는 여성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모던 걸에 자리를 내준 신여성은 전시동원체제 아래에서 친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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