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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사계 - 자급자족의 즐거움
김소연 지음 / 모요사 / 2014년 9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54746623
얼마 전부터 둘째의 꿈이 ‘목수’로 바뀌었습니다. 나무로 된 집을 짓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런 바람을 알고 있던 터라 이 책이 눈에 띄었나봅니다. 도서관 서가를 지나다 나뭇결무늬의 책등을 발견한 것입니다. 목수인 남편과 옷 만들고 앞마당 밭 가꾸는 아내의 시골 생활기는 전원주택에 사는 게 꿈인 저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기에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사업 실패로 내려간 시골에서 사람들의 따스한 사랑을 받으며 목수로 자리 잡아 가던 신혼부부는 7년이 지난 지금 아이의 부모가 되어 목수 남편의 부모님 댁 옆에 새로운 작업실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과정을 들려주는 이 책은 소설만큼이나 재미났습니다.
직접 자른 나무를 평평하게 잘라 몇 년을 말려 준비한 목재로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짜 맞춤으로 만드는 수제 가구는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반듯하기만 한 가구들과는 다른 멋이 있을 것입니다. 왁스가 아닌 천연 오일을 스미게 해 마무리를 한다는 그의 가구는 쓰면 쓸수록 정이 들 것 같습니다. 하나를 만들기 위해 며칠씩 매달려야 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업을 통해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 소중한 생업입니다. 그런 남편을 독려하고 힘을 주는 그의 아내이자 이 책의 저자는 옷도 손으로 만들고, 곶감도 깎아 널고, 온갖 야채와 과실나무로 앞마당을 꾸미는 소박한 멋을 아는 분입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녀의 꿈은 시골에서 사는 것이었다고 하니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사람입니다.
서툴렀던 시골 생활을 시작한 신혼부부는 이제 어엿한 목수와 시골아낙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걸리지만 손을 만드는 일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타샤 튜더가 생각났습니다. 눈을 뜨고 나가 마당에 있는 딸기와 앵두를 따 먹는 생활, 밭에서 신선한 채소를 뜯어와 만드는 샐러드는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어 사는 현대인들의 로망이 되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오랜 꿈입니다. 이제 몇 년 안에 저희 가족도 그런 곳으로 이사 갈 계획입니다. 이 책의 저자가 한 것처럼 뭐든지 손으로 만들진 못하겠지만 과실나무랑 손바닥 밭은 꼭 가꾸고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