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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
마르탱 파주 지음, 이승재 옮김, 정택영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헌책방에서 제목만 보고 이 책을 구입했다. 하루의 이야기를 가지고 한 권의 책을 쓰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오래 전에 ‘One Fine Day’라는 기분 좋은 로맨틱 영화를 본 적이 있어서인지 그 영화처럼 달콤한 내용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내용이 정 반대였다.
암울했던 작가의 젊은 시절 실제로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쓴 자전적 소설인 이 책은 온통 거짓말투성이라고 여겨질 만큼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기인한 상상을 사실인 것처럼 기록해 두었다. 특히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상상한 것을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듯이 표현한 것을 읽으며 당시의 불안정한 심리적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뱃속에 큰 상어가 살고, 거리의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자신의 아파트는 온통 무시무시한 도구들로 가득하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 그는 몇 번을 죽은 후에 출근을 한다. 출근길 역시 그의 무한한 상상의 나래 아래 황당한 일들이 벌어진다. 회사에서는 회의 기피 증세를 보이고, 퇴근 후에는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들의 가짜 장례식도 치른다. 다시 잠자리에 들어가려는 그는 승강기에 숨어 행인을 사진으로 찍는 자신의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황당하고 무섭고 한편으로 우스꽝스럽기도 한 그의 하루는 어쩌면 현대인들이 늘 겪는 일들을 과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기 싫은 일, 보기 싫은 사람과 마주해야 하고, 내면의 진실한 영혼의 만남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공적인 관계들로만 뭉친 외로운 현대인. 그는 심지어 다복한 가정으로 보이기 위해 가짜 아내, 가짜 자녀와 함께 사진을 찍어 책상에 올려 두는 맹랑함도 보여준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중 몇 퍼센트가 정말 있을 법한 내용일까?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살을 찌푸리지만은 않는 이유는 이런 사람도 있는데 나 정도면 정말 행복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일까? 장난꾸러기 같은 곱슬머리 프랑스 청년(지금은 장년이 되었겠지만)의 기발한 이야기였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40978146
-"휴스턴? 사회적 공허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다 되었다." (32쪽) - 나는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담배를 피워 본 일이 없으니 끊는 게 문제가 될 리 없다. 무엇보다 사내에서 금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높은 점수를 따는 데 유리하다. (133쪽) - 난 월급을 받으면 무조건 에밀리 디킨슨의 전집을 사 모은다. (153쪽) - 난 튼튼하고 질긴 재질로 만들어진 옷만 골라 입는다. 왜냐하면 그 옷들과 함께 늙고 싶기 때문이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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