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너희들의 노래를 불러라 - 이오덕 선생님 10주기 추모시집 우리시대 교사시선 2
이오덕 지음 / 고인돌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들고 행사가 있어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갔다가 앉아 울 뻔했습니다. 아!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이오덕 선생님의 시를 통해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 왔습니다. '행복하여라, 어린이와 함께 이름 없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자여…' 어떻게 이런 말을 했을까, 했습니다. 선생님이 교사로 지내셨을 때는 우리나라가 잘 살지 못했던 때여서 굶는 아이도, 십 리 길을 걸어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시를 통해 그런 아이들을 바라볼 때 얼마나 마음이 찢어졌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입신양명보다 한 학생을 더 소중히 여겼을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왔습니다. 당시의 아이들은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성세대가 되어 힘든 시기를 인내로 버티고 자녀를 낳아 훌륭히 키워내셨을 것입니다. 이오덕 선생님 같은 분들의 사랑으로 그 힘든 일들을 이길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지금 선생님의 자리에 서 있는 나도 선생님처럼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사랑스런 아이들의 마음에 생채기가 남지 않도록 말도, 행동도 조심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 응어리를 품어줄 수 있는 따스한 선생님이 되어야겠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으로 공책에 빼곡히 시를 쓰셨을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돌아가신지 10년이 되셨는데 이제야 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선생님의 수많은 시들 중 골라서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341편이나 실려 있다는 전집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35473558



- 동시를 쓰랍니다 (24-26쪽)

새벽에 일어나
숙제도 다 못하고
닭장 문을 열고, 쇠죽을 푸고
심부름 갔다 와서
기성회비를 조르다가
책값을 조르다가
십리 길을 달려왔지만
그만 지각을 하고
벌을 서고
주번생과 한바탕 싸우고
선생님한테 꾸중 듣고
숙제를 못 했다고
또 야단을 맞고

크레용이 없어 그림도 못 그리고
급식 빵 한 개 먹고
여섯 시간 공부하고
배는 고픈데
청소는 해야 하는데
다시 십리 길을
찢어진 고무신을 끌고 가야 하는데

핑 도는 머리
어서 찔레라도 꺾어 먹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은 우리들을 불러 놓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동시를 쓰랍니다.

슬프고 답답한 것은 쓰지 말고
신문이나 책에도 내어 주지 않으니 쓰지 말고,
근사한 말을 잘 생각해내어서
예쁜 동시를
보기도 싫은 동시를
또 쓰랍니다.

(1990년대에 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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