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얼마 전에 강의를 들은 백가흠 작가의 책을 도서관에서 검색하다 이 책을 발견하고 빌려왔다보라색 표지가 예뻤는데 내용은 상당히 복잡하고 심각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단순한 여행 이야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읽다 보니 주인공들이 죽었다는 말인지 죽지 않았다는 말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이야기가 복잡하면서도 희한하게 흘러가는 것이 신기해 무시무시한 내용이 있음에도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끝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숲에 들어와 길을 잃은 해성그의 앞에 나타난 농라 쓴 여인숲 속 마을에서 만난 자신의 과거 인연들.. 설마 했는데 예상대로 그는 이미 죽은 것이었다오래 전에 본 <식스 센스>라는 영화가 생각났다자신이 죽었는데도 그걸 모르는 채 계속 살아가는 혼들이 떠올랐다내가 가진 종교적 입장에서 본 내세의 모습은 아니다하지만 이런 세계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죽음과 삶의 경계가 모호한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소재와 서술 기법(따옴표 없는 인용문)이 신선한 책이다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이 조금은 나와는 별개인 것 같기도 했다아동 성애마약성매매와 같은 일들은 죽음과 더 가까이 있는 것일까?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22506233

아무 것도 갖지 않았을 때 감정은 단순해진다는 것을, 목적이 없을 때 비로소 편안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카스 말대로 숲을 벗어나는 것이 운명이라고 한다면, 굳이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므로 해성은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99쪽)

해성은 과거 기억 속 윤석의 얼굴을 떠올려보려 노력했으나, 어쩐 일인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음성과 뒷모습, 그와 함께 했던 일들은 생생했으나 그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도 해성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름을 듣고 보니 그가 알고 있던 윤석이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해성이 과거의 그가 아니듯 그도 과거의 윤석이 아니었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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