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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이 작가의 작품들을 몇 권 읽었는데 위트가 넘치면서도 가식이 없이 약자들을 대변하는 내용이 많아 좋아했었다. 도서관 서가를 거닐다 익숙한 이름이 있어 데리고 왔다.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긴 하지만 담긴 내용은 생각보다 전문적이다. 언제 이렇게 식물에 해박한 지식을 갖췄는지,그는 식물도감을 가끔씩 들여다본다고 한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의 맛,좋아하는 사람들, 식물, 그리고 기억이나 생활의 단편들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 책은 읽고 있으면 그와 친해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가 하는 이야기 중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내용들도 있고, 식물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내가 알지 못하는 내용도 있긴 했다. 게다가 편집이 잘못 되었는지 제목과 내용이 어긋난 부분이 꽤 많이 있어서 의아해 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이런 글도 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일상에서 생각하는 것들을 거리낌 없이 써 내려간 듯한 느낌이다. 자연스럽기도 하고 소소하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내가 들어보지 못한 해녀들의 숨비소리도 들어보고 싶고, 당꼬바지가 뭔지 보고 싶기도 했다. 그가 맛있다고 소개한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어린 시절 할머니가 힘들게 손질해서 요리해 주시던 고구마순 요리도 다시 먹고 싶었다.
가장 부러운 것은 권정생, 신경림, 황동규, 이제하와 같은 유명인사들과 친하게 지냈다는 것이었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어떤 느낌일까?며칠 전 디지털대 문예창작과 모임에 가서 현재 활동 중인 소설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막차를 놓치기까지 했다. 그분들의 소설을 사서 볼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문인들을 알고 지내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14550039
- 백창우 <니 맘대로 써> (90-91쪽) 니가 쓰고 싶은걸 니 마음대로 써 니 말대로 말야 니만 좋은면 돼 시 쓰면서 눈치 볼래면 뭐 하러 시를 써‘세상에 시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니가 아무리 잘 써 봐 그래도 다 맘에 들어 하진 않아 그냥 니 맘에 들면 돼 니 맘에도 안 든다고? 그럼, 버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고구마순 김치다. 전라도 지방의 여름 밥상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부추와 양파를 곁들여 버무린 이 김치는 적당히 익어야 제맛이 난다. 시큼해진 이 김치를 민물고기 매운탕에 넣어 끓여도 그만이다. 또한 소금과 마늘 정도로만 양념을 해서 기름에 살짝 볶아내는 고구마순 볶음도 좋아한다. 이때 들깨가루를 넣고 자작하게 볶아도 훌륭한 반찬이 된다. 그리고 끝으로 하나 더. 싱싱한 고등어나 갈치에다 고구마순을 듬뿍 넣어 만드는 조림 반찬을 빼놓을 순 없다. 고구마순은 비린 생선하고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고구마순 음식 한번 맛보지 못하고 여름을 건너는 분들은 조금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라. 약 올리는 말이 아니다. 꼭 한번 드셔보라고 권하는 말이다. (324-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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