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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에 누운 시인들의 삶과 노래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으로 감상하는 세계의 명시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15년 2월
평점 :
시인들의 삶과 작품들을 정신분석과 연관시킬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이 책에서 평범하지 않았던 시인들의 삶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통해 파헤쳐진다. 유명한 헤세나 타고르, 푸시킨, 셰익스피어, 단테, 랭보 뿐 아니라 방랑시인 김삿갓이나 하이쿠 시인들까지 세계를 아우르는 시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삶과 정신분석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시인의 삶은 동성애나 열등의식, 고향을 잃은 그리움처럼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함과는 차이가 있다. 오늘날 예술가나 방송인 중에도 동성애나 불륜, 심하게는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거에도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불안한 현실이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을지 모른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시인들 중에는 지극히 보통 사람들처럼 살았던 사람도 있을테지만 말이다. 왜 이들 중에는 동성애나 불륜을 일삼고, 고난을 당하며, 일찍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많을까? 그들은 시인이었지 교육자가 아니라는 저자의 말(168쪽)을 새겨들어야겠다.
이 책은 시인들의 출신 지역별로 영국, 독일․러시아, 라틴유럽, 아메리카, 동방의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역사적 굴곡을 겪으면서 정치, 사회 혹은 개인적 이유로 암담한 시절을 보냈던 시인들은 고난만큼이나 짙은 시들을 토해냈다. 그런가 하면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을 전전하며 사랑 시를 남기기도 했다. 자신이 쓴 시의 내용과 사뭇 다른 이율배반적 삶을 산 시인도 있었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남긴 작품들을 접해 보고 싶어 몇 명의 시집을 주문했다. 그들의 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어린 예이츠는 영국계임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이유로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감의 대상이 되곤 했는데, 그는 이 시기에 관한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평생 동안 벗어나지 못했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 (46쪽) - 자존심이 유달리 강했던 푸시킨은 일생 동안 모두 29회에 걸쳐 결투를 벌였는데, 당시 뛰어난 미모로 소문이 자자했던 나탈리야 곤차로바와 결혼한 그는 자신의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프랑스인 귀족 당테스를 상대로 결투를 벌인 끝에 결국에는 38세라는 아까운 나이로 숨지고 말았다. (108쪽) - 릴케가 죽은 것은 장미 가시에 찔린 상처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는 백혈병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다 죽었다.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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