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개를 훔쳐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조지아의 상황을 안다면 그녀를 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은 엄마와 조지아, 그리고 동생 토비에게 남은 건 낡은 자동차 한 대. 친구들에게 자신의 처지가 들통날까 걱정하는 것도, 동생을 돌보기에 지친 것도, 집이 없는 불편함과 수치스러움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뒷자석에서 웅크리고 잠이 드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 보다는 살아갈 날들을 걱정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길을 택한 엄마의 결단과 노력이 눈물겹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요즘 더 주목을 받게 되었다. 몇 년 전 원어민 선생님의 권유로 원서로 읽은 적이 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 책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되었다. 발칙한 계획과 성공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가책 때문에 모든 것을 털어놓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조지아를 보면서 어려움을 통해 성숙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해지기도 했다. 원작에는 영화와 다르게 친구와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많은 부분을 하고, 동생이 도와준다. 그리고 영화 속 노숙자 아저씨가 오토바이와 리어카를 끌고 다니던 것에 비해 이 책에는 낡은 자전거를 타는 아저씨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의 주제는 이 책의 주제와 상통한다. 가난을 겪는 아이의 성장통, 자신의 잘못에 대한 깊은 뉘우침,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늘 함께 있기에 느끼지 못하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

 

  딸아이가 이 책을 읽자마자 한 이야기가 ‘엄마, 집이 있다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이지 몰랐어요.’하는 것이었다. 조지아는 다리 뻗고 잘 뽀송뽀송한 침대가 무엇보다 급했던 아이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고, 소중한 가족을 지켜내는 일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문 출처: http://blog.naver.com/kelly110/220270363794


- 그 아이들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었다. 그 집에는 몸을 편안하게 쭉 누일 수 있는 보송보송한 침대가 놓여 있겠지. 쓰레기봉투가 아닌 번듯한 옷장에 교복을 넣어두겠지. 그런 다음에는 셀프 세탁소가 아닌 축구 연습장이나 발레학원으로 가겠지. 나와는 다르게. (54-55쪽)

- "여기에 언제까지 계실 거예요?" "오래는 안 있겠지. 한 곳에서 너무 오래 있다 보면, 다리에서 뿌리가 나거든." (173-174쪽)

- 한 가족이 문을 열고 나왔다. ‘진짜’ 가족 말이다. 엄마, 아빠, 두 아이. 그들은 각자의 포춘쿠키를 부숴 자기의 운을 큰 소리로 읽으며 도로에 세워둔 자기들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네 명 모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누리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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