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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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바라보며 창가에 서 있는데, 

서재를 채우고 있던 온갖 살아 있는 책들이 

부드럽게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97쪽) 

-버지니아 울프

 

  이 책의 주인공은 책이다. 책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친구로, 선생으로, 치료자로 함께 해 왔다. 나에게도 책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벗이자 해방구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와 우리나라를 오가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독자권리장전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제목처럼 책 읽는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으며 영향을 미치는지, 신문이나 잡지와 책이 어떻게 다른지, 유년기의 독서가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책을 읽는 장소는 어떤가? 우리는 집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그리고 요즘은 카페에서 주로 책을 읽는다. 하지만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장소들이 등장한다. 물론 좋은 서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은 반드시 서재에서만 읽는 건 아니다. 거실 소파, 부엌, 화장실, 침대를 비롯해 풀밭, 카페, 산사, 호텔, 심지어 감옥에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있는 어디에서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건 ‘서재가 없어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는 핑계를 뒤집어 놓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을 통해 파리 곳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기차에서, 공원에서, 심지어 쇼윈도 앞에서 책을 읽는 프랑스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들을 배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책 사랑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도, 나도’ 하는 생각을 계속 했다. 저자의 말처럼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공공도서관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1인당 장서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훨씬 적다는 것을 자각하고 도서관을 더 늘리고, 도서관들마다 좋은 책을 더 많이 보유하기를 바란다. 도서관이 는다고 서점이 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저자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도서관이 늘수록 서점도 늘었다는 건 프랑스에서만 있는 일이 아님을 믿는다.

- 독자 권리장전 (9-17) -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이 <<소설처럼>>에서 만든 10개의 이야기를 저자가 재구성하고 보완한 것임
1. 책을 읽을 권리
2. 책을 읽지 않을 권리
3.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있는 권리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5.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6.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을 권리
7. 책을 중간 중간 건너뛰며 읽을 수 있는 권리
8. 책의 아무 곳이나 펴서 읽을 수 있는 권리
9. 원하는 책을 다시 읽을 권리
10. 다른 사람들이 다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11. 권위 있는 기관의 권장도서 목록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
12. 책에 대한 검열에 저항할 권리
13.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수 있는 권리
14. 반짝 독서를 할 수 있는 권리
15. 소리 내서 읽을 권리
16. 다른 일을 하면서 그와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17. 내가 읽은 책을 남에게 빌려주지 않을 권리
18. 읽은 책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
19. 당장 읽지 않을 책을 미리 사둘 수 있는 권리
20. 읽은 책과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책을 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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