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늘의 젊은 작가 1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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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 작가가 쓴 소설들을 읽는 재미에 빠졌다. 명작과는 또 다른 신선한 맛이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매력적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원룸과 옥탑방에서 젊은 1인가구를 형성해 살고 있는 미수와 윤은 대형 건물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복 입은 계약직 사원이다. 그들은 잠깐 사귀었지만 불투명한 미래와 거울을 보는 듯한 서로의 모습에 질려 헤어졌다. 미수의 집에 아무도 모르게 와서 부족한 것들을 채워 놓는 이가 누굴까? 미수는 헤어진 윤인 줄만 알았다.

 

  현수와 미수는 어머니의 사채로 인해 팔리다시피 남겨진 아이들이었다. 사고를 가장해 돈을 타내기 위해 사망자로 신고된 현수는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보스의 명령에 복종하며 범죄의 언저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처지였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늘 숨죽이며 살아가야만 하는 현수의 아픔은 당해보지 않고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의 답답한 일상에 희망이 있다면 숲을 상상하는 것이다. 메마른 도시의 가운데서 상상의 숲과 호숫가를 거니는 그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일말의 위안을 삼고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 결국 그들에게 남겨진 가족은 큰 힘이었다.

 

  그전에 읽었던 젊은 작가들의 책에 비해 밝은 편에 속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으며 마음이 따스해졌다. 범죄의 하수로 끌려 다니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았던 현수와 그런 동생을 찾아 다니는 미수의 남매애도 연이은 감동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가족의 빚과 공무원 시험 낙방으로 날개를 다친 윤의 모습을 보면서 활짝 날아오를 기회를 잡지 못하는 오늘날의 많은 젊은이들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소설은 대사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세 명의 주인공의 관점에서 그들이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들을 따라 가다 보니 어느새 결말에 도달해 있었다. 책을 쓰는 동안 산책을 즐겨 하고, 산책 후 돌아가 이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설레었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주인공에게서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던 젊은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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