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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평점 :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잠옷을 입고 자신의 방으로 여행을 가는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의 맨 앞에는 여행을 싫어하는 J.K. 위스망스가 어느 날 디킨스의 책을 읽다 영국에 갈 결심을 하고 길을 나서지만 중간에 다시 돌아가는 장면도 나옵니다. <<팡세>>를 쓴 파스칼도 여행을 다니지 않았던 인물이지요. 여행은 모든 사람의 로망은 아닌가봅니다. 사실 여행을 가면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볼 수 있긴 하지만 생각만큼 재미가 없거나 고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오는 이유는 일상에서의 탈출과 무언가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일 것입니다.
<< 여행의 기술>>에는 출발부터 여행 동기, 풍경, 예술 그리고 되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각각의 장에는 작가나 화가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며지는데 그 내용이 정말 흥미롭고 절묘합니다. 드 보통의 박식함이 발휘되는 부분들입니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여행을 통해 수많은 발견과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이라기보다는 탐험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연구하고 발표했다기에는 너무 방대한 내용임에 놀랐습니다. 그런가 하면 고흐처럼 여행을 통해 자연에서 느끼는 고즈넉함과 숭고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연이나 건물의 아름다움을 소유하기 위해 러스킨은 데생을 가르쳤고, 우리는 사진으로 담습니다. 여행은 이렇듯 여러 면에서 보이지 않는 부를 소유하게 합니다.
지금 저는 멀리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가고 오는 길이 모두 여정이고, 배움이겠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그런 시간도 미안한 법이지요. 그렇다고 모두를 데리고 가면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김훈 작가님처럼 호텔에 혼자 여행가고 싶습니다. 여행가방 가득 책을 담아 싣고 넷북 하나 넣어 가 책 읽고 글 쓰다 오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여행이냐구요?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자기 방으로 여행가기도 했는데 호텔이면 제법 멀리 간 것 아닐까요? 고급 호텔이 아니어도 됩니다. 방 안에 책상이 하나 있고, 편안한 의자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은 꼭 뷔페로 배불리 해결합니다. 1주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2박 3일도, 아니 1박 2일도 아이 키우는 엄마에게는 긴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