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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이 우리의 후예라는 주장 때문인지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불티나게 팔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린 것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두께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인문학모임 도서로 선정되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고 도서를 구입하게 되었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4부로 나뉘어 있는 이 책의 가장 첫 부분을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던 시기의 이야기를 진화론적으로 들려주는 데 할애했다. 크리스찬인 나에게 생소하기도 하고 믿기지 않는 부분들도 있어 첫 장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두 번째 장에서는 식량 생산이 인류 문명의 발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하고 있다. 자세한 곡류의 분류에서부터 왜 농작물화 시키지 못했는지까지 지리적 여건에 따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식물을 농작물화 하는 것에 성공함으로 정착 생활이 가능해졌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엄청난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장에서부터는 조금 더 흥미로운 내용이 전개된다. 다른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다니던 유럽인들은 무기와 발전된 기술은 물론 치명적인 세균을 동반한다. 물론 그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어느 지역에서는 무기에 쓰러진 사람보다 세균 감염에 의해 죽어간 사람이 훨씬 많았다고 하니 그 위력이 정말 놀라웠다. 게다가 세균에 감염되어 죽은 사람의 담요를 인디언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것을 보고 유럽인의 간교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정착생활이 오래 되고, 정복을 하게 됨으로 점점 권력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렇게 생긴 정치 집단은 그들의 힘 이용해 세력을 더욱 확장하게 된다. 발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오래 전 이미 활자 인쇄의 초기 기술이 발명되었음에도 사람들의 요구가 없음으로 인해 오랜 시간 묻혀버린 사건이 있었다. (크레타의 파이스토스 원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일이다. 인구밀도가 점점 높아지고 사람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발명은 날개를 달게 되었다.
네 번째 장에서는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 과제를 제시하는데 지역에 따라 왜 발전이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조목조목 들려준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류는 지능의 차이는 별로 없는 데 비해 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사고 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언급한다. 발전된 사회나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지나친 통제도, 지나친 분열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 예는 우리가 아는 유수의 회사들로부터 나라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증명된다.
개정판에 심혈을 기울여 담은 일본의 뿌리에 대한 ‘일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논문도 흥미로웠다. 일본의 역사상 큰 줄기인 조몬 문화와 야요이 문화 중 일본 본토인들에 가까운 조몬 문화는 지금 홋카이도 주변에 남아 있는 아이누족의 문화와 비슷했으나 그 후에 발생한 야요이 문화는 지금까지 이어지며 한국의 문화와 유사한 점이 많음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구려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당시 일본인의 선망의 대상이었다는 것은 몇 년 전 오사카 역사 여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예: 해태를 닮은 코마이누-고구려의 개) 일본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지금까지도 고분을 비밀리에 발굴해 훼손을 우려한다는 핑계로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러한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가 역사를 과학적 바탕에서 이렇게 자세히 전 세계를 아우르며 방대한 양의 저서를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역사는 끊임없이 되풀이 되며, 환경에 따라, 외부 조건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역사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비단 대륙이나 나라를 이르는 것만은 아니다. 소규모 사회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일이다. 폐쇄적으로 닫아두기보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 그리고 무질서한 혼돈보다는 질서정연하면서도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가장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 피사로가 성공을 거두게 한 직접적 원인에는 총기, 쇠 무기, 말 등을 중심으로 한 군사 기술, 유라시아 고유의 전염병, 유럽의 해양 기술, 유럽 국가들의 중앙 집권적 정치 조직, 문자 등이 있다. (112쪽) -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는 19세기에 철도가 개발될 때까지 육상 운송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됨으로써 인간 사회를 더욱 혁신시켰다. (125쪽) - 1540년 에르난도 데 소토는 미국 동남부에 진출한 최초의 유럽인 정복자가 되었다. 당시 그가 지나간 인디언 마을들은 주민들이 유행병으로 전멸하여 이미 2년 전부터 텅 비어 있었다. 그 유행병은 해안에 찾아온 스페인인들에게서 전염된 해안 지방의 인디언들로부터 퍼진 것들이었다. 스페인인들의 세균이 오히려 스페인인들보다 먼저 내륙으로 진출했던 것이다.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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