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소녀 옥분이 - 선교사 구타펠이 만난 아름다운 영혼들 그들이 본 우리 3
미네르바 구타펠 지음, 이형식 옮김 / 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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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책을 읽었다. 일전에 파주 북소리 때 살림출판사에서 싸게 구입한 책이다. 선교사가 본 우리나라의 모습이 궁금해서 샀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여성 선교사로 우리나라에 와서 10년 가까이 사역을 하고 돌아간 구타펠은 선교 잡지에 우리나라에 대한 글을 실었고, 그 내용들을 모아 책으로 펴내게 된다. 구한말 일제 강점 직전의 우리나라는 밀려오는 외국 문물을 접하며 많은 갈등을 드러낸다. 대놓고 좋아할 수도, 그렇다고 무턱대고 거부할 수도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 외국인의 눈에도 그대로 비쳐지게 된다.

 

  특히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당시의 사회상을 안타깝게 여긴 여성 선교사 구타펠은 여자라는 이유로 '섭섭이'라 불리며 차별을 당하는 4개월짜리 여자아기의 시점에서 괴로움을 글로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어린 시절 돈이 없어 부잣집에 팔려가 온갖 고통에 시달리고 맞기까지 하다 급기야 두 손과 발에 동상이 걸려 잘라내야만 했지만 선교사를 만나 조선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라 스스로 여기는 옥분이의 이야기도 조근 조근 들려준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궁에 갇혀 바깥세상을 동경하는 조선 왕의 아들과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는데 크리스마스에 대해 궁금해 하고, 나무 타는 미국 소년을 따라 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동심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조선. 당시 두 나라간의 경제적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했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불평등한 관계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선교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을 조금은 낮게 여기는 마음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영혼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픈 아이를 대하는 미국과 후진국의 상반된 태도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도 나타나 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당연히 여기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외국인의 눈에는 우리가 그렇게 비쳐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선교로, 봉사로 외국에 많이 나가고 있다. 우리도 그들을 대할 때 미개하다고만 여길 것이 아니라 사랑스런 한 영혼을 대한다는 생각을 가져야겠다. 물이 흘러가듯 우리가 받았던 사랑과 수고를 이제 우리가 베푸는 것이 옳다. 내가 아는 분 중에도 선교사로 외국에 나가 계시는 분들이 있다. 그들을 직접 돕지는 못하지만 적은 후원금과 기도로 늘 마음을 쓰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 목숨을 걸고 지켰던 복음의 씨앗을 이제 우리가 뿌리고 있다. 언제 또 다른 나라로 옮겨갈지 모르는 사명이지만 최선을 다해 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구타펠 선교사처럼 나도 삶 속에서 작은 선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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