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린위탕 지음, 안동민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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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엔가 코미디 프로 중 ‘생활의 발견’이라는 코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아이들과 웃으며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그 제목을 책에서 따온 것인지 몰랐었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오고가는 프로그램 운영자의 모임에서 이 책이 거론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책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얼마 전 시작한 인문학 모임 첫 번째 선정 도서라 오랜 시간 꼼꼼히 읽으면서 린위탕의 박식함을 실감했다.

 

  린위탕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동서양 문화를 한꺼번에 접하며 자라왔다. 신학까지 하다가 기독교를 져버리고 학문의 세계로 가게 되면서 다른 나라에서 유학하며 학문의 깊이를 더하고 자기만의 견해를 쌓아간다. 이 책은 중국스러우면서도 이국적인 여러 가지 생각들이 종합적으로 녹아 있다.

 

  우리가 살면서 생각하게 되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 철학자들을 대놓고 비판하기도 하고, 수많은 사상가들의 생각을 수준 이하로 끌어내리기도 하는 그의 과감한 견해에 놀랐다. 특히 공자를 맹비난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한 일화로 그가 가진 까탈스러운 음식 취향으로 부인을 질리게 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인다운 여성숭배 사상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로서의 여성이 최고의 단계라고 추켜세우기도 하지만, 집안에서 요리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식으로 기술한 부분도 있어 유교적인 생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도 했다. 또 사상을 논하는 모임에 여자를 함께 동반하고자 하는 모순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가 말한 것처럼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나도 늘 글을 쓸 때 조심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책에는 여러 아이디어도 등장하는데 진정한 여행에 대한 부분이나. 와상술에 대한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북적거리는 여행지를 택하지 않고, 조용히 자기만의 쉼을 즐기는 여행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저자가 소개한 ‘와상술’은 수많은 사상가의 생각을 떠오르게 하고, 예술가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좋은 수단이 아닐까 한다. 누워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적는 것은 쉽고, 편하면서도 참 효과적인 방법이다. 등만 붙으면 잠이 드는 나는 와상술법을 오랜 시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숙면을 취하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할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저자의 견해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래쪽 나라들에서 조공으로 받은 향의 종류라고 하는 부분에서 기분이 상하기도 했고, 종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나 여성에 대한 모순적 견해 또한 그러했다. 이 책을 읽으며 박목월님의 <<밤에 쓴 인생론>>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비슷한 책인데도 참 따뜻하고, 나와 생각이 비슷했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았나보다. 이번 달 말에 ‘작은숲’인문학 모임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것이 기대된다. 다른 분들은 같은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정말 궁금하다.

 

- 와상술은 하루의 긴장된 활동 뒤에 갖는 단순히 육체적인 휴식 이상의 것이라고 본다. (166쪽)

- 훌륭한 여행자는 자기가 어디서 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심지어 자기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방랑의 정신이 있으므로 사람들은 휴가를 이용하여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다. 이 같은 나그네는 인적이 드문 곳, 참된 고독을 맛볼 수 있는 곳, 자연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그런 방면에 피서지를 구해서 가고 싶어한다. 여행 준비를 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아가거나 핑크나 푸른빛 수영복을 사느라고 오랜 시간을 허비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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